청량리역 뒤쪽에 위치한 전농동은 조선시대 초기부터 국왕의 친경지였던 적전(籍田), 또는 전농(典農)이 있었기 때문에 ‘전농리’라고 불렸다. 전농동은 1955년 전농1·2동으로 분동됐다가 1970년에는 전농4동까지 나뉘어졌다. 지난 2009년 최종적으로 전농1·2·4동을 합쳐 전농1동이 됐으며, 전농3동이 전농2동으로 확정됐다.
전농2동에는 동대문구의 14개 동 중에서 유일한 산인 배봉산이 있어 쾌적한 자연과 가깝게 인접하고 있다. 관내에 배봉초등학교, 전농초등학교 등 2개의 초등학교, 전일중학교, 청량정보고등학교, 해성국제컨벤션 고등학교 등 2개의 고등학교, 서울시립대학교까지 학교가 많아 학생 인구와 학부모층이 두드러진다.
지난 2011년 9월 전농2동 주민센터의 새로운 청사가 마련되면서 전농2동 주민자치위원회는 과거보다 활기를 띠게 된다. 지하 1·2층의 주차시설과 4·5층의 문화강좌실 및 다목적 강당이 생겼다. 특히 3층에 생긴 북카페 ‘뜨락’은 예상을 뛰어넘는 주민 소통, 교류의 효과를 가지면서 마을 분위기까지 달라졌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전농동사거리가 하교한 학생들로 붐비는 오후 즈음, 전농2동 주민센터 3층의 북카페는 초등학생을 비롯해 중·고등학생부터 일반인까지 모여들어 생기가 넘친다. 전농2동 주민센터 3층에 위치한 북카페 ‘뜨락’을 이용하는 이용객은 하루 평균 60~70여 명에 달한다. 책을 대출하고 한쪽에서 공부를 하기도 하지만 주민 누구나 들러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기도 한다.
특히, 얼마 전에 마련한 키드존은 어린아이들이 편하게 책을 볼 수 있는 공간이 돼 인기가 많다. 편안한 북카페를 찾은 아이들을 따라온 학부모 주민은 관심 있는 정기간행물 등 매월 북카페에 신규로 제공되는 자료를 검색하며 여유로운 오후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 9시에 열어 밤 8시에 마감되는 북카페 ‘뜨락’은 말 그대로 주민에게 활짝 열려있는 뜰이자 사랑방이다. 공공근로자 1명이 오전 10시에서 오후 4시까지 기본적인 관리를 맡고 있으며 나머지 시간은 자원봉사자 3명이 돌아가며 북카페 뜨락을 지킨다. 하지만 일반 주민부터 어린아이까지 누구하나 조용한 분위기를 해치거나 시끄러운 행동을 하지 않는다. 초등학생들은 또래들끼리 몰려와 숙제를 하고, 교복을 입은 중·고등학생은 빌려갈 책을 고른다. 어르신들은 햇살 좋은 창가에 앉아 독서를 하고 둥근 테이블에 모여 앉은 주민은 차를 마시며 이런저런 사는 이야기를 나눈다.
김진규 위원장은 “구청사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며 “지난 2011년 9월 새로운 청사가 생겨나고 공간을 배치하면서 2011년 11월 북카페 개관식을 가질 정도로 의욕적이긴 했지만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주민끼리 소통하고 교류하는 효과를 갖게 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북카페 뜨락의 변화는 주민의 힘
북카페 뜨락의 면적은 165㎡가량이다. 먼저 3000여권의 책을 준비해 주민을 맞았다. 주민자치위원회는 자치회관 운영세칙에 의거한 북카페 운영수칙을 만들었고, ‘열린문고’라는 무료 회원제를 만들었다. 무료회원제를 통해 4박5일의 대출기간 동안 한 사람이 2권씩의 책을 대출할 수 있도록 했다. 간단한 신분증 제출을 통해 비용 없이 회원으로 등록할 수 있었고, 대출기간도 4박5일 동안 1회 연장할 수 있게끔 했다.
김 위원장은 “주민이 천천히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자발적인 책 기부가 이어졌다”며 “주민자치위원회는 북카페 뜨락을 발판으로 삼아 여러 가지 주민자치사업이나 주민프로그램을 계획하기도 했지만, 북카페를 찾은 주민이 스스로 모임을 만들고 자체적인 프로그램을 꾸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주민이 모일 수 있는 공간에서 주민 간의 교류와 소통의 장이 자연스레 만들어진 것이다.
시간이 지나 2014년 현재 북카페가 보유하고 있는 도서 보유량은 약 7000여 권으로 늘어났다. 주민의 꾸준한 책 기부가 이어졌고, 주민자치위원회도 매년 주민자치위원회 기금 약 300만원씩을 들여 신간을 구입했다. 주민이 원하는 잡지 등 정기간행물을 매달 구비하는 것 역시 주민자치위원회가 도맡았다. 열린 문고 회원 역시 초반 100여 명에서 현재 1000여 명까지 늘었다. 빠른 속도는 아니지만 마을 주민 사이로 입소문이 퍼져나간다는 증거였다.
“처음엔 서가만 덩그러니 놓았다가 일반 주민이 공부를 할 수 있도록 책상과 의자를 갖췄고, 정보검색을 위한 컴퓨터, 회의를 할 수 있는 원탁과 아이들을 위한 키즈존까지 갖췄다. 북카페를 이용하는 주민의 요구와 목소리가 실질적으로 반영된 부분인데, 주민자치위원회는 주민이 원하는 부분에 발을 맞췄을 뿐 북카페 뜨락의 내실을 채워나간 주체는 주민이라 할 수 있다” 김 위원장의 말이다.
주민 의견을 조율하는 주민자치위원회
41년째 전농2동에 거주하는 김진규 위원장은 지난 2003년부터 주민자치위원으로 활동하며 주민의 의견을 조율하는 주민자치위원회를 강조한다. 무리하게 새로운 사업을 펼치거나, 섣부른 판단을 앞세우기보다 주민의 자율성을 존중하며, 주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북카페 뜨락의 활성화 역시 주민자치위원회 차원의 홍보나 프로그램 개설보다는 주민 스스로 참여해 원하는 부분을 함께 고민하는 방식으로 효과를 가질 수 있었다.
전농2동에서 벌어지는 행사 등 모든 마을 일의 핵심에 주민자치위원회가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른 마을과의 자매결연이나 마을에서 벌어지는 김장, 반찬 등 소소한 나눔 역시 주민자치위원회를 필두로 마을의 직능단체와 긴밀하게 협조해 일을 처리해나간다. 공고한 시스템이 구축됐고, 그러다보니 각 직능단체와 주민의 반응도 즉각적이고 더욱 열정적이다.
김 위원장은 “매년 새해 첫날 배봉산으로 해맞이를 나오는 주민이나 많은 사람들에게 떡국을 나누는 행사가 있다”며 “따뜻하고 든든하게 드실 수 있도록 넉넉하게 준비해 올해에도 3500여 명에게 떡국을 푸짐하게 나눠드렸는데, 주민자치위원회를 비롯해 수고한 주민의 역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재 전농2동은 재개발이 중단된 지역의 치안문제가 현안으로 떠오르고있다. 주민 간의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된 민감한 사항이라 접근이 어렵지만, 주민자치위원회는 특유의 방식으로 주민끼리의 갈등을 해소하며 주민 화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