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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는 지금_스위스 ‘리헨마을’] 주민이 먼저, 행정은 지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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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는 지금_스위스 ‘리헨마을’] 주민이 먼저, 행정은 지원으로
  • 김상욱 객원기자
  • 승인 2014.05.12 10: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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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정치마을로 불리는 직접참여민주주의의 강소마을
민관이 함께 어울리는 의식과 제도적 장치 잘 구비돼
직접참여민주주의의 강소마을 스위스 ‘리헨마을’

인구 2만여 명의 작지만, 작지 않은 스위스의 바젤슈타트 주에 있는 리헨(Riehen)마을이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마을은 독일과 국경을 접하고 있어 리헨마을 사람들은 독일 내에 있는 국경시장에 들러 물건을 사고, 독일 사람들은 스위스 리헨마을 시장에 들러 물건을 산다. 그야말로 다양성의 문화가 공존하는 조용하고, 깨끗하며, 친환경 마을이자 주민의 직접민주주의가 활짝 피어난 모범적인 마을이다.

의사결정 과정에서 철저하게 마을 주민의 의사가 반영되고, 설령 잘못된 정책이 있으면 주민의 직접투표를 통해 바로잡는 마을 정치가 빛을 발하는 곳이다. 리헨마을의 사람들은 각자 직업을 갖고 생활하며, 직장에서 퇴근을 한 저녁에는 모두가 ‘정치인(?)’으로 변하는 독특한 문화를 가진 마을이기도 하다. 주간에는 평범한 직장인이자 마을 주민에 불과하지만 퇴근 후에는 정책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정치인이 되는 ‘야간정치마을’이라고나 할까.

리헨마을 훑어보기

역사적으로 보면 600년부터 이곳에서 사람들이 살기 시작했고, 1774년쯤 1088명이 이 마을에서 생활을 시작했으며, 200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면서 인구가 많이 늘었다. 스위스 북서쪽에 위치한 리헨은 1157년에 처음으로 공식적으로 불리어진 마을이다.

스위스에는 총 26개의 칸톤(Kanton)이라고 부르는 주(州)가 있으며, 리헨이 속해 있는 바젤슈타트도 이 가운데 하나의 주다. 특히, 각 주마다 독립적이며 강한 자치단체를 형성하고 있는 정치체제가 특징으로 꼽힌다. 바젤슈타트 주는 1501년에 11번째 스위스 칸톤으로 참여했으며, 주이기는 하지만 실상은 한 곳의 큰 도시와 조그마한 2개의 마을로 이뤄진 작은 주이기도 하다.

큰 도시는 ‘바젤’이며, 2개의 작은 마을은 리헨(Riehen)과 베팅겐(Bettingen)이다. 베팅겐은 리헨마을 바로 옆에 있는 마을로 인구 1000명에 불과하고, 리헨은 인구는 2만명이 약간 웃도는 작지만 큰 마을이다.

리헨마을 인구는 2014년 1월 기준 2만939명으로 인구로만 보면 강한 듯 하지만 작은 ‘강소마을’이다. 2008년 기준 리헨마을 주민의 18.3%가 외국 국적을 가진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으며, 인구의 90.9%가 독일어를 사용하고 있다. 이어 1.8%는 프랑스어, 1.7%는 이탈리아어를 사용하는 이른바 ‘다국적 마을’이다.

리헨마을의 실업률은 2010년 말 기준 약 2.1%에 지나지 않으며, 전체 마을 인구 가운데 여성의 취업률은 45.2%에 이른다. 리헨마을은 독특하게도 마을 중심에는 1694년에 세워진 교회가 있으며, 이 교회를 중심으로 상점, 주민센터(동사무소), 동회 등 주요 건물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게 특징이다.

주변에는 우거진 녹색 삼림이 있어 사람들은 ‘녹색마을’이라고도 부른다. 숲이 울창하고 청정 공기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또 리헨마을은 몇 년 전에 유럽에서는 최초로 ‘유럽에너지황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직접참여민주주의 특징

리헨마을에는 우리나라의 동사무소(현재는 주민센터)에 해당하는 행정기관을 ‘게마인데라트(Gemeinderat)’라고 부른다. 게마인데(Gemeinde)는 ‘마을’ ‘동네’라는 뜻이고, 라트(rat)는 ‘회’라는 뜻이다. 동장(주민센터장)을 ‘게마인데프레지덴트(Gemeindepraesident)’라고 하며, 그 아래에 다양한 분야를 담당하는 6명의 정치인이 있다. 이들의 임기는 4년으로 투표를 통해 선출된다.

또 주민회(Einwohnerrat : 아인보너라트)라는 것이 있는데, 아인보너(Einwohner)는 ‘주민’이라는 뜻이고, 라트(rat)는 앞서 말한 ‘회’라는 뜻이다. 주민회에는 7개의 당에 속하는 40명의 회원으로 이뤄져 있고, 투표를 통해 4년 임기로 선출된다. 이 회원들은 모두 다른 직업을 갖고 있는 이른바 ‘퇴근 후의 정치인’들이다.

리헨마을에서는 매달 네 번째 수요일마다 주민회의 회의가 열린다.

주민회의 회의는 매달 네 번째 수요일마다 저녁 7시 30분에 시작하며, 누구나 시청자로 참석할 수 있도록 참여가 개방돼 있는 게 특징이다. 모든 문제들은 이곳에서 토론되고 중요한 문제들은 주민투표로 결정된다. 주민회의나 주민투표로 결정된 것들을 받아들여 실시하는 곳이 우리나라의 주민센터 격인 바로 ‘게마인데라트’다.

리헨마을의 도로 중에는 행정상 칸톤(Kanton/Canton, 주)의 책임에 속하는 것도 있고, 리헨마을에 속하는 것도 있다. 칸톤에 속하는 몇 개의 큰 도로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리헨에서 직접 책임지고 관리하는 것도 리헨마을 자치제도의 한 부문이다.

리헨마을의 직접참여민주주의의 특징은 한마디로 ‘투표에 의한 의사결정’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미 결정된 것도 주민의 투표를 통해 다시 결정을 할 수 있다는 특징도 있다. 정치적 결정투표는 이렇게동회(게마인데라트)의 결정에는 투표가 매우 중요하다. 만일 정치적 결정에 반대의사가 있을 경우에는 다양한 방법으로 대처할 수 있다. 그 가운데 하나는 레허렌둠(Referendum : 국민투표)이라는 것으로 게마인데라트 결정에 반대할 때, 결정 후 30일 동안 서명운동을 통해 투표권이 있는 리헨 주민 500명이 서명을 해 제출한다.

이때 게마인데라트의 결정에 반대하는 이유, 그리고 어떤 다른 의견을 지지하는지를 분명하게 제시해야 한다. 찬반의견을 가진 그룹들은 이 기간 동안 자신들의 의견을 주민에게 활발하게 홍보하고, 마지막 결정은 주민투표로 한다. 이 경우 필요한 모든 비용은 반대의견을 제안한 쪽 개인이나 그룹이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국민투표를 제안하려면 신중에 신중히 기해야 하며, 진정으로 본인 자신에게 나아가 마을에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할 때에만 국민투표를 해야 한다. 시간적, 경제적 소비가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신중은 하되 결과는 큰 효과를 내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 주민발안(Volksinitiative : 폴크스이니치아티브)이 있다. 여기서 Volks는 주민, 국민이라는 뜻이며, initiative는 주도권, 또는 자발적 능력을 의미한다. 투표권이 있는 마을 주민 가운데 1000명이 서명하면 지금까지 지켜왔던 마을의 규칙이나 법률을 투표를 통해 변경하거나 무효화할 수 있다. 이 경우도 그 개인이나 그룹이 새 의견을 제안해야 하고, 1년 내에 서명운동을 마쳐야 한다. 그 다음 홍보와 캠페인을 하고 역시 투표로 결정한다.

또 다른 폴크스안느리궁(Volksanregung)이 있다. 여기서 안느리궁(anregung)은 제기, 발의라는 뜻이다. 마을 주민 가운데 14세 이상 100명이 서명하면(외국인들도 참여 가능) 게마인데라트에서 제안된 건을 검토해 투표여부를 결정한다. 이외에도 페티치온(Petition : 진정서)이 있다. 누구나 마을의 발전을 위해서 좋은 제안을 할 수 있다. 따라서 리헨마을 주민은 이런 다양한 정치적 도구를 활용해 마을의 개발과 개혁에 노력해왔다는 것이 세계의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모으고 있다.

주민자치에 의한 교통 체계

앞서 설명한 것과 같이 리헨마을은 작지도 크지도 않은 인구를 가진 마을로 참여민주주의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주민의,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 생활여건들(living standard of the Reihen, By the Riehen, For the Riehen)이 마련돼 있다. 그 가운데 특히 교통체계는 주민 중심적 사고를 바탕으로 한 교통체계다.

리헨마을의 대부분 작은 거리를 오가는 자동차의 속도는 시속 30km로 제한돼 있다. 어린이들의 교통사고 방지는 물론 공기오염 감축에도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나아가 밤 10시부터 다음날 아침 6시까지 화물을 실은 트럭은 운행이 금지돼 있다. 주민의 잠을 설치게 할 수 없다는 전적으로 주민을 위한 철학적 조치다.

주민의 발길을 가볍게 해주기 위해 어느 집에서나 350미터 안에 버스정류장이나 트람(Tram : 시가 전차)정류장이 개설돼 있다. 리헨에서 모든 대중교통 시설을 움직이는 근본 철학적 가치는 승객들의 입장을 먼저 고려한다는 것으로 사용하기 편하도록 해 문제해결을 찾아 나서고, 또 실행에 옮긴다는 점이다.

특히, 집에서 자전거 전용도로를 타고 나와 트람정류장에 도착해 출근하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정류장 인근에는 자전거에서 트람으로 환승하는 이른바 환승 자전거주차장(Transit-Bike Parking)이 마련돼 있다. 또 대다수 주민은 자전거로 출퇴근하며 시장에 가는 주부들도 자전거를 많이 이용한다. 야외에 나갈 때도 역시 자전거가 주를 이룬다. 물론 리헨과 대도시인 바젤(Basel)은 트람이라고 하는 전차와 버스로 연결돼 있다.

리헨판 ‘야간 무상버스’.
리헨판 ‘야간 무상버스’.

리헨판 ‘야간 무상버스’

지난 2002년 리헨마을의 주민센터는 야간에 이용하는 버스를 무료화했다. 요즘 한국의 모 지자체장으로 출마를 선언한 어느 예비후보의 ‘무상버스’ 캠페인이 이곳에서는 이미 시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1988년 당시 주민센터는 저녁 7시가 되면 버스운행을 끝내고 택시회사와 계약을 해 제일 많이 이용하는 트람정류장에 택시 2대를 대기시켜 주민을 집으로 가게 했다. 당시 2프랑켄(Franken)만 내면 택시를 이용할 수가 있었다. 요즘 환율로 보면 한국 돈으로 약 2300원 수준이다. 물론 버스나 트람 승차권을 가진 사람만이 사용 가능했다.

이런 택시비도 주민의 호주머니 돈을 털어내는 등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당시 텅 빈 버스를 운행하는 것보다 비용이 적게 들고 승객들은 더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려는 취지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택시를 이용하는 승객들이 대폭 줄어들게 되자 게마인데라트가 해결책을 찾아 나섰다.

무상버스로 운행하자는 것이었다. 리헨마을만을 순회하는 일반 버스 크기의 1/3 수준인 초록색의 순회버스를 운행하기 시작했다. 버스 크기가 작은 이유는 이용객들의 수를 정밀하게 계산해낸 결과로 운행시의 비용도 그만큼 줄어드는 효과를 보게 됐다. 이 비용은 물론 주민센터에서 지불한다. 세금을 내는 주민을 위한 무상버스 운행이다. 주민 우선 정책의 좋은 본보기가 아닐 수 없다.

주민과의 원활한 의사소통

물론 마을은 홈페이지(www.riehen.ch)를 개설해 다양한 정보를 주민에게 제공하고 있다. 홈페이지의 구성 요소를 보면 ▲뉴스 ▲리헨마을 개요 ▲생활 ▲생활 및 직업 ▲문화 ▲자연과 환경이라는 6개의 큰 카테고리를 마련해 놓았다.

뉴스의 경우 마을센터 재설계문제, 리헨마을에서 자동차를 주차하려면, 마을 공식정보, 건설 현장보기, 이벤트, 프로젝트 및 계획과 그 관련 요구사항으로 구성돼 있다. 생활란에는 레크리에이션, 교육·가족, 건강, 클럽, 교회, 사회문제, 이벤트 방, 리헨에서의 생활 등에 관한 자료들이 즐비하게 마련돼 있다.

생활 및 직업란에는 거주 관련 사항, 교통, 에너지, 계획 건축, 경제문제 등을 아주 상세하게 다루고 있다, 자연과 환경부문에서는 공원묘지, 숲, 물, 농업, 자연과 환경, 폐기물 관련 사항 등 주민과 밀접한 생활 정보가 가득하게 마련돼 있으며 언제든지 직접 주민이 묻고, 개선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마련해 놓았다.

이 같이 스위스 작은 마을 리헨 주민의 직접참여민주주의가 활짝 꽃을 피우고 있다. 무엇보다도 주민이 최우선 즉, ‘주민이 먼저, 행정은 지원으로’라는 행정당국의 철학적 가치가 주민과 함께 어울리며 그 가운데서 문제점을 부드럽게 해결해나갈 수 있는 의식과 제도적 장치가 잘 구비돼 있다는 점이 우리에게 적지 않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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