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동은 조선시대에 도성 수비를 담당했던 어영청의 북둔(北屯)이 설치되면서 ‘성북’이란 마을 이름을 갖게 됐다. 1만9000여 명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는 성북동은 서울 도심의 높은 빌딩숲에서 도시화되지 않은 채 역사·문화 자원을 품고 있는 여유로운 마을이다.
관내에는 훈민정음, 동국정운 등 주요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는 간송미술관이 있으며, 서울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조선시대의 도성 흔적도 남아있다. 뿐만 아니라 조선시대 성종 2년에 쌓은 선잠단지, 의친왕이 별궁으로 사용했던 성락원, 만해 한용운의 심우장, 상허 이태준의 수연산방 등 귀중한 문화재와 다양한 볼거리가 마을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김황용 위원장은 “마을에 역사적이고 문화적인 장소가 많지만 주민에게 홍보가 되지 않은 상태였다”며 “마을에 자랑거리고 아이들에게 교육적인 가치가 많은 마을 곳곳에 대한 이야기를 주민과 함께 나누기 위해 ‘성북학개론’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성북학개론은 세 가지 주민자치사업으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는 성북동 주민센터 정문과 후문에 성북동 종합홍보대를 설치해 마을 곳곳의 역사적이고 문화적인 장소를 홍보하는 것이다. 둘째는 성북동 관광안내 홍보부스를 운영해 직접 안내를 맡은 주민이 방문객에게 현장에 대한 안내와 해설을 해준다. 셋째는 부모님과 함께하는 ‘성북동 나들이’다. 다양하고 풍부한 역사·문화 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마을의 장점을 활용해 해설가와 함께하는 탐방프로그램을 만들어 관내 아이들에게 마을 역사와 문화에 대한 재인식의 계기를 가진다.
‘성북동 나들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주민이 직접 역사문화해설가 양성교육에 참여한 뒤 마을의 역사문화해설가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한 점도 돋보인다.
김 위원장은 “도시개발로 높은 건물이 무턱대고 생기면서 정겨운 골목이나 낮은 담벼락을 찾아보기 어려운 요즘, 우리 마을은 아직 사람 사는 여유와 정겨움이 넘치고 있어 좋다”면서 “역사·문화 자원을 고스란히 보존하고 있는 마을 자체가 보물인 셈인데, 그 보물을 주민에게 알리고, 마을에 소속감이 커진 주민이 직접 마을을 안내할 수 있도록 ‘성북학개론’이라는 프로그램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성북동 홍보대 “여기는 성북동입니다!”
지난 2012년 12월 ‘걷고 싶은 도시 성북’ 사업의 하나로 성북동은 성북동 종합홍보대 설치·운영을 계획했다. 심우장, 선잠단지 등 성북동의 명소를 찾는 방문객이 점차 증가하고 있지만 종합적인 안내를 담당하는 곳이 마땅치 않아 종합홍보대를 설치해 마을 탐방객에게 성북동을 안내하기 위해서였다.
디지털·아날로그 방식을 혼합 운영해 더욱 많은세대와 호흡하는 한편 신속한 업데이트도 유용한 방식을 택했다. 종합홍보대는 새주소 관내도, 관광지도, DID(Digital Information Display)로 구현한 명소사진, 포스터 등 총 4개의 파트로 구성됐다. DID에는 명소사진 뿐 아니라 영어로 병기된 해설과 동영상도 선보이고 있다. 밤에는 홍보판 조명을 통해 야간에 성북동을 찾은 보행자에게도 도움을 주고 있다. 최근에는 스마트폰 앱 개발·보급을 통해 사이버 홍보도 계획하고 있다.
성북동 홍보대와 연계해 마을의 학부모들의 자생단체인 ‘성북동의 아름다운 사람들(성아들)’을 대상으로 한 주부 문화해설가 양성으로 여성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이들은 일정기간의 양성과정을 거쳐 부모와 함께하는 ‘성북동 나들이’에 참여해 마을 아이들에게 마을의 역사와 문화를 알려주는 주체로 활동하고 있다.
2013년 5월에 열린 성북구의 대표적인 축제 ‘성북 다문화 음식축제’에서 성북동 알리미 홍보부스를 열었다. 성북동 주민자치위원회와 성아들, 희망제작소 및 성북동 주민이 참여해 성북동 관광홍보 전단지를 방문객들에게 배부하고, 당일 성북동 관광안내·해설을 원하는 사람들의 신청을 받아 성북동 명소를 함께 둘러보며 각 명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당일 현장접수를 통해 약 60명의 방문객이 성북동 곳곳을 다녀갔다. 성북동 홍보대가 정(靜)적인 마을의 홍보 효과를 거뒀다면, 홍보부스를 통해 동(動)적이고 보다 적극적으로 방문객들과 소통하는 마을의 홍보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김 위원장은 “관광안내지도를 나눠주고, 관광안내 손수건 제작 등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우리 마을을 찾는 방문객들에게 다가설 것이다”며 “일회적으로 부스를 만드는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홍보부스를 운영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함께 걸어요 ‘성북동 나들이’
2013년도 성북동 주민자치위원회는 주민 마을만들기 공모사업에 ‘나도 해설가-역사문화해설가 양성교육과정’이 선정됐다. 지난해 4월 역사문화해설가 양성교육을 통해 훈련받은 ‘성아들’ 회원들을 프로그램 강사로 섭외해 주민에게 성북동 관내 명소를 소개하고 안내할 수 있는 주민자치 프로그램을 개설했다. 주민자치위원회와 동 주민센터, 성아들이 함께 마을을 연구한 끝에 누구나 걷기 좋은 두 가지 관광코스를 개발했다.
A코스는 선잠단지→간송미술관→수연산방→심우장→성곽길→마전터→최순우옛집(체험)이고, B코스는 길상사→한국가구박물관(체험)이다. 총 3회에 걸쳐 진행된 역사문화해설사 양성과정은 기수당 30명의 인원이 참여해 6개월의 과정을 거쳤다.
역사문화해설사가 된 주민은 부모와 함께하는 ‘성북동 나들이’ 프로그램에서 역량을 발휘했다. 2013년 4월부터 10월까지 3회 실행했으며 초등학생 3학년에서 6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회당 10~20명 사이의 학생이 참여했다. 여기에 역사문화해설사 3명, 성아들 회원들과 주민자치위원들이 도우미를 자청하며 10명 정도 참여해, 아이들에게 마을의 역사·문화적인 현장에서 직접 보고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했다.
김대한 주무관은 “마을 가까이에 있지만 직접 가보지 않으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실감하기 어렵다”면서 “주민과 아이들이 현장에 도착해 직접 느끼고 깨닫는 면이 중요한데, 특히 단체 입장만 가능한 한국가구박물관을 찾았을 때 참여한 학생들과 주민의 호응이 커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인근 대학로와 삼청동까지 연계한 관광코스가 개발됐으면 좋겠다. 셔틀버스를 운영해 역사와 문화를 느낄 수 있는 하나의 관광벨트로 거듭나는 것이다. 여러 가지 여건이 갖춰져야겠지만 무엇보다 주민 스스로 나서 마을을 알리고 마을을 안내하는 일이 마을에 대해 애정을 갖게 되는 것이고, 그게 진정한 주민자치라고 생각한다.” 김황용 위원장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