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매가 우거졌다는 뜻을 지닌 무실(茂實)동은 예로부터 배, 복숭아의 색과 맛이 빼어나기로 유명했다. 마을에 과일나무가 잘 자랄 수 있는 크고 좋은 우물이 있어 무실, 무리실, 삼리(三里)이라 불리기도 했다. 2007년 무실동으로 원주시청이 이전하면서 농촌의 모습이 거의 사라졌다. 1999년 단계동에서 편입된 단계택지, 택지개발사업 등으로 인
구가 늘어나 무실동은 새로운 주거문화를 갖췄다.
무실동 주민자치위원회는 무실이라는 동명처럼 사랑이 우거진 매실 담그기 사업을 펼쳐왔다. 지난 10월 23일 무실동 주민센터를 찾아 매실 진액을 생산하고 판매한 주민자치사업을 살펴봤다.
지난 2010년 6월 무실동 주민자치위원회는 매실 담그기 사업을 시작해 현재 무실동만의 특화사업으로 자리잡았다. 그동안 주민자치위원회는 ‘참사랑나눔기금조성 사업’을 추진했다. 지역의 어르신, 소외된계층 등을 돕기 위한 기금을 마련하고자 매실 진액을 제작·판매했다. 수익금은 주로 경로당 기부물품 구입비, 소외계층 짜장면 봉사 등에 사용했다.
더욱이 주민자치위원회는 매실 진액을 추출하는 방법과 과정이 까다롭지 않고, 무엇보다 주민의 건강증진을 고려해 매실 진액에 주목했다. 매실은 음식물의 독, 피 속의 독, 물의 독을 해독한다고 해서 웰빙 과실로 각광을 받았다. 즉 피로회복, 체질개선부터 살균·항균작용, 식중독 예방, 칼슘 흡수 효과까지 현대인의 필수과실인 셈이다.
광양에서 무실로 온 매실
“매실 진액은 건강음료다. 가정에서 쉽게 매실을 담글 수 있고, 음식을 조리할 때 매실 진액을 넣기도 한다. 주민자치위원들이 함께 매실을 담그면서 협동심이 생겼다. 공장에서 출시되는 게 아니라 직접 수작업으로 매실 진액을 상품화하기 때문에 주민자치위원들의 노고가 없다면 불가능한 사업이다.”
최대식위원장의말이다.
주민자치위원회에서 주민자치사업을 논의했던 2010년 당시 매실이 건강식품으로 인기가 높았다. 그 당시 주민자치위원회는 전라남도 광양시 진상면 황죽리에 위치한 매실농장을 견학한 후 지금까지 매실을 구입해왔다.
매년 6월 광양에서 매실 500kg(50kg 10박스)을 가져와 주민자치위원들이 동 주민센터 마당에 모여 매실을 깨끗이 세척하고 잘 말려 매실과 설탕을 섞어 항아리에 재운다. 지난 6월 20일에도 최 위원장을 비롯해 주민자치위원 17명이 매실 담그기 1차 사업을 전개했다. 이날 이른아침부터 남성위원들은 항아리와 매실상자를 옮기느라 바빴고, 여성 위원들은 매실을 씻고 물기를 빼고 매실을 담그는데 분주했다.
매실은 항아리 속에서 3개월가량 숙성돼야 진액이 추출된다. 주민자치위원회는 추석이 오기 전에 진액추출 작업을 한다. 이런 2차 작업이 지난 9월 10일 추진됐다. 주민자치위원회는 미리 1.5ℓ페트병과 케이스를 주문 제작했고, 올해 매실 진액 550개를 생산했다. 최 위원장에 따르면 2010년에 비해 생산량이 150개 더 늘어났다. 매실 진액을 잘 포장해 주민에게 판매하고 있지만 장애인 시설 등 지역의 어려운 이웃에게 나눠줘 그 의미를 더했다.
최 위원장은 “주민자치위원들이 매실 원액을 직접 판매하는데 일부러 주민자치센터로 구매하기 위해 찾아오는 주민이 많다”며 “개당 1만 5000원인데 항아리에 매실을 담그기 때문에 더 인기가 있다”고 말했다.
순수 주민자치를 실현하다
주민센터 창고에 매실을 숙성시키는 항아리 20개가 있다. 처음 매실 담그기 사업을 추진하면서 주민자치위원들은 회비를 거둬 항아리를 마련했고, 매실을 구입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더욱이 주민자치위원들 중에서 매실을 담가본 경험이 있는 주부들이 있어 자연스레 재능기부가 이뤄졌다. 이처럼 주민자치위원들은 행정적인 보조금에 기대지 않고 자체적으로 매실담그기 사업을 추진했다.
이명숙 동장은 “매실 원액이 숙성될 때까지 계속 주민자치위원들이 신경을 써야 했다”며 “매실을 담근 후 주민자치위원들은 매실이 잘 숙성이 됐는지 계속 확인하고 일주일에 한 번 매실과 설탕을 섞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주민에게 매실이 건강에 좋고 수익금으로 소외된 계층을 도울 수 있어서 이보다 더 좋은 사업이 없다”고 덧붙였다.
매실이 항아리에서 숙성되는 동안 주민자치위원 4명이 매실 관리를 전담했다. 그렇기에 매실 담그기 사업은 주민자치위원들의 정성과 노력이 빚어낸 빛나는 주민자치사업이라 할 수 있다. 나아가 매실 담그기 사업은 주민자치위원들이 한마음으로 추진해 주민자치위원간 화합과 단결을 이뤄냈다.
“이 사업은 주민자치위원회가 자발적으로, 자체적으로 진행했던 것이다. 항아리, 매실 구입비가 약 500만원이 소요됐고, 그 다음부터 주민자치위원들이 주머니를 털어 매실을 구입했다. 그러나 매년 약 400만원의 수익을 냈으니 오히려 이익을 본 셈이다. 매실진액은 추석 전에 전부 판매됐고, 수익금 일부는 추석에 맞 춰경로당에 식품을 기부했다.”
최위원장의 말이다.
주민자치위원회는 매실 원액을 판매해 얻은 수익금으로 지난 9월 10일 ‘추석맞이 무실동 경로당 방문’을 진행했다. 주민자치위원 11명이 관내 경로당 16개소를 방문해 쌀(10kg), 소주, 라면 등을 전달했다.
오는 11월 12일에는 소외된 계층을 대상으로 주민센터 2층에서 짜장면 봉사를 할 계획이다. 이날 무실동에 거주하는 독거노인, 다문화가정, 북한이탈자 주민, 한부모 가정, 조손가정 등이 주민자치위원회에서 제공하는 짜장면을 맛볼 예정이다.
무성하게 열매를 맺는 동네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무실동 주민센터는 규모를 확장해 이전된다. 더불어 주민자치위원회는 주민센터를 신축할 때 더 넓은 매실 작업공간을 마련할 계획이다.
최 위원장은 “매실을 담그고 진액을 추출할 때마다 주민센터 마당이 협소해 아쉬웠다”며 “내년쯤 동 청사가 신축되면 작업환경이 현재보다 나아질 것이다”고 기대했다. 이어 그는 “넓은 공간이 확보되면 지금보다 매실 진액 생산량을 증가시킬 것이다”고 밝혔다.
주민자치위원회가 생산한 매실 진액은 주민에게 입소문이 나서 주민센터에 홍보물을 붙여놓으면 금방 판매됐다. 매실을 재래식 항아리에 숙성시키고 방부제를 전혀 넣지 않아 주민에게 건강을 선사하고, 형편이 어려운 이웃에게 사랑을 나눠주는 주민자치사업이기 때문이다. 무성하게 열매가 우거진 무실동이 앞으로도 계속 건강과 사랑의 결실을 맺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