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동의 이름은 자연마을이었던 신기의 신(新) 자와 은행정의 정(亭) 자를 따서 지은 ‘신정리’에서 비롯된다. 1963년 경기도에서 서울로, 1977년 영등포구에서 강사구로 편입됐다. 1988년 강서구에서 양천구로 분구된 뒤 2008년 신정4동은 5동과 합쳐 현재의 신정4동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신정4동은 일반주택과 다세대, 연립주택 등이 혼재된 주거 중심지역으로 주민인구 1만5794세대 3만7000여 명이 거주하고 있다. 주민조직은 40통 327반이다. 주택수로 보면 아파트가 1200여 호, 연립주택과 다세대주택 및 일반주택이 5800여 호로 이뤄져있다.
신정4동 주민 중에는 목동오거리 상권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와 오랫동안 마을에서 거주하는 토박이 주민이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인근 마을보다 저렴한 집값을 이유로 외부 유입인구가 많은 편이지만 원주민과 잘 어울려 정이 넘친다.
재개발·재건축으로 높은 아파트와 건물들이 들어선 마을보다 화려하지 않지만 신정4동 주민은 오래 인심을 주고받으며 소박하게 지낸다. 지난 7월 15일 신정4동 주민센터를 찾아 그 비결을 알아봤다.
소통을 강조한 체계적인 활동
신정4동 주민자치위원회는 강신민 위원장을 비롯해 고문, 부위원장, 간사, 감사, 위원(22명)으로 총 27명이 활동한다. 이 중 남성 12명(45%), 여성 15명(55%)이다.
분과위원회는 자치회관운영분과, 재정분과, 프로그램운영분과, 지역사회분과 등 4개 분과로 나뉜다. 자치회관운영분과는 자치회관을 운영하며, 주민자치위원회의 활동 전반을 담당하고 그 외에도 사업의 기획, 홍보, 주민 설문조사를 도맡는다. 재정분과는 자치회관 프로그램 수강료 징수, 주민자치위원회 기금관리 등을 맡았으며, 수익금을 주민에게 효율적으로 환원하는 방법을 모색한다.
프로그램운영분과는 주민의 문화·여가 요소를 충족시킨다. 주민교육과 생활체육 프로그램을 치밀하게 기획해 동아리를 구성하고 자치회관 프로그램 활동을 발표회로 발전시켜 궁극적으로는 주민이 여는 전시회를 기획해 주민과 소통하고 있다. 지역사회분과는 주민자치사업의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해 어려운 이웃들에게 초점을 맞춘 주민자치사업과 사회진흥사업을 추진하고 자원봉사자를 운영하며 관리한다.
신정4동 저소득 주민현황은 기초생활수급자, 한부모가정, 차상위계층, 홀몸어르신 등 총 833세대에 1300여 명으로 집계된다.
강 위원장은 “지난 2010년부터 꾸준히 마을 어르신들과 어려운 이웃을 돕는 주민자치사업을 강조하고 있다”며 “현재 6개의 경로당 옆에는 10개의 놀이터로 조성된 공원이 있어 어르신들의 사랑방으로 활용되고 있고 ‘사랑의 빨래방’, ‘홀몸어르신 무한돌봄’ 사업을 통해 어르신뿐만 아니라 어려운 이웃과 열심히 소통하고 교류할 수 있게 됐다”고 말한다.
마을공동체 형성의 첫 걸음
신정4동은 2004년 6월부터 주민센터 지하에 사랑의 빨래방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혼자 지내시는 어르신이나 중증장애우 가정 등 어려운 이웃의 이불 등 대형 빨래를 가져와 주민자치위원들이 세탁하고 건조하는 봉사로 매주 2회 화요일과 목요일 진행하고 있다. 주민자치위원회는 세탁을 하면서 형편이 어려운 이웃의 낡고 해진 헌 이불을 새 이불로 교체해 지원하기도 한다.
주민자치위원들은 사랑의 빨래방을 이용하는 대상가구를 정기적으로 방문해 세탁 필요 여부를 파악하고 전화로 접수를 받아 직접 세탁물을 수거하고 세탁부터 건조, 배달까지 전개한다. 철 지난 세탁물 정리는 장마철과 겨울철에 중점적으로 관리해 날씨의 변화에도 주민이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배려했다. 지난 2011년 6월부터 2012년 6월까지 1년이 지나는 동안 98번 1300여 점의 세탁물을 처리했고 약 77만원의 비용이 들었다.
강 위원장은 “사소한 빨래로 보일 수 있지만 형편이 어려운 이웃들이나 홀몸어르신들에게는 세탁물 처리와 관리가 중요한 일이다”며 “정기적인 세탁을 통해 개인위생 및 쾌적한 환경을 조성하고 스스로 나서 봉사하는 주민자치위원들도 마을 이웃과 함께 사는 긍지를 느낄 수 있었다”고 말한다.
지난 4월 주민자치위원회는 지금까지 이어오던 사랑의 빨래방 사업을 확대해 ‘홀몸어르신 무한돌봄사업’을 시작했다. 홀몸어르신 67가구, 장애인 50가구 등 총 142가구와 1대 1 매칭 결연을 실시해 사랑의 빨래방과 마찬가지로 주 2회 화요일과 목요일 정기 방문해 세탁물을 수거하고 세탁해 다시 배달한다. 여기에 어르신들의 안부 확인과 말벗이 돼 정서적인 지원이 더해지고 이불뿐 아니라 음식과 옷가지도 지원한다. 주민자치위원회가 500만원을 부담하고, 구에서 500만원의 지원금이 나와 현재도 활발하게 진행되는 중이다.
활기가 넘치는 마을
신정4동 청사는 2016년 이전을 목표로 내년 3월 공사에 착수한다. 공사 착수 전까지 1년 정도의 시간이 남았는데 주민자치위원회는 이 나대지를 자연학습체험장으로 운영하고 있다.
지난 3월 주민자치위원회는 신정4동 949-5 위치의 약 200여 평 규모의 땅에 텃밭을 조성해 관내 25개 유치원 중 선정된 5개의 유치원과 일부 주민에게 분양 했다. 주민자치위원회 기금 90만원을 들여 모종과 비료를 구입하고 안내판과 현수막을 제작했다. 지난 4월부터 감자, 고구마, 상추, 쑥갓, 배추, 무, 파, 열무, 호박, 고추, 깻잎 등 다양한 농작물을 심어 재배하고 있다. 올 10월이 되면 농작물을 수확해 관내 경로당 어르신들께 먹을거리로 제공할 예정이다.
강 위원장은 “이 텃밭에서 수확된 농작물을 마을 어르신들에게 제공해 마을 전체에 어르신을 공경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목적이 강하다”며 “한편으로 도시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에게는 직접 만지고 키우면서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자연학습체험의 의미가 있어 두 가지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말한다.
주민자치위원회는 지난 5월부터 관내 양목초등학교 사이로 난 길을 ‘장미와 시가 있는 거리’로 조성했다. 거리를 걷는 주민이 정서함양을 할 수 있도록 장미꽃을 심고 명언이나 시를 설치했다. 주민자치위원회는 장미와 시가 있는 거리조성사업 추진에 앞서 지역산책로와 시가 있는 거리 우수사례를 벤치마킹했다.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와 서울시 구로구의 둘레길을 찾아 신정4동에 가장 최적화시켜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 그 결과 선정된 장미꽃, 국화꽃 50 그루를 식재했다.
이렇게 조성된 장미와 시가 있는 거리에서는 매월 셋째 주 토요일마다 어린이가 직접 참여하는 벼룩시장이 개장되고, 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음악공연이 열려 주민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특히, 아름다운 거리에서 펼쳐지는 색소폰 연주와 기타 동아리 연주 등 음악공연이 주민에게 여유로운 시간을 제공한다.
재능으로 소통하는 주민자치
신정4동 주민센터 입구에서 주민이 직접 만든 생활도자기, 한지공예 작품이 전시·판매된다. 이 작품들은 주민자치 프로그램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특히,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주민자치센터에서 진행되는 생활도예 프로그램은 인기가 많다. 주민자치위원회는 주민의 호응을 반영해 주민자치센터 3층 공간에 도자기를 만들 수 있는 물레와 초벌 가마를 구입했다.
요일마다 최대 14명이, 분기마다 60여 명이 도자기 만드는 법을 배웠고, 주민이 제작한 작품은 주민센터 현관 진열장에 전시되는 한편, 2층 전시실에 보관돼 지속적으로 판매된다. 한지공예 역시 인기가 많은데다가 주민의 솜씨가 뛰어나 예술성으로 봐도 손색없는 작품이 나온다.
주민자치위원회는 지난 2011년 6월에 주민센터 2층에 생활도자기 전시판매장을 개장해 수강생 작품 320점을 전시하고 판매했다. 올해 3월에는 수강생들의 한지공예 작품 108점까지 연계해 전시하고 판매 중이다. 현재까지 67점이 판매됐고 540만원의 수익을 냈다. 수익금의 80%는 만든 주민에게 돌아가고 나머지 20%는 주민자치위원회 기금으로 적립돼 차후에 어려운 이웃을 돕는 비용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강 위원장은 “생활도예, 한지공예 프로그램이 활성화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주민의 열의와 재능 때문이다”며 “주민센터 내 전시장을 더욱 활성화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다니는 아동들의 견학장소로 활용하고 한부모가정 아이들도 참여시켜 마을에서 소외되는 주민이 없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마을공동체로 거듭나기
신정4동은 재개발된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거나 휘황찬란한 요소가 없지만 소소한 정이 넘친다. 과거 재개발·재건축 붐이 일어났을 때 마을 주민도 흔들릴 수밖에 없었지만, 현재는 오히려 주민 대부분이 소박한 마을로 남아있는 것을 다행으로 여긴다.
“주민자치는 민과 관의 교두보가 돼 마을의 크고 작은 일을 이끄는 것이다. 현장에서 가장 큰 난관은 바로 재정적인 면이다. 무슨 일을 하려고 해도 결국 문제는 돈이라는 사실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문제까지 해결하고 극복하는 게 주민자치일 것이다.” 강신민 위원장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