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행복한 마을에 살고 싶을 것이다. 저마다 행복의 조건이 다르지만 행복한 마을을 떠올려 볼 수 있다. 이를테면 이웃간에 사촌처럼 정을 나누고,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안전한 마을’, 힘든 일을 서로 돕고 기쁜 일을 서로 나누는 ‘웃음 가득한 마을’, 마을일에 주인의식을 갖고 서로 논의하고 함께 이끌어가는 마을 등이다.
이런 마을상은 예전 마을공동체 문화가 살아있을 때 이야기였다. 요즘 마을공동체 문화가 형성된 마을을 찾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 됐다. 핵가족화를 비롯해 주거환경의 변화,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개인주의가 팽배한 도시 속에서 행복한 마을을 꿈꾸기조차 어려울 듯싶다. 그렇다고 행복한 마을을 포기할 수는 없지 않는가. 사단법인 행복나루터는 행복한 마을을 꿈꾸기 시작했다.
서로 힘을 합해 일자리를 창출해 경제적으로 보탬이 되고 마을 안에서 문화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변화를 이끌어내자는 취지로 행복나루터가 익산시 모현동 배산휴먼시아 4~5단지에 터를 잡았다. 공동체 문화를 형성하기 어려울 것 같았던 아파트단지로 행복나루터가 들어갔다.
행복이 모여드는 나루터
행복나루터는 2011년 8월 LH와 함께일하는재단이 지원하는 LH마을형사회적기업 설립지원 공모에 호남권 최초로 선정됐다. 배산휴먼시아 4단지와 5단지를 무대로 ‘살맛나는 마을, 행복한 마을’ 만들고자 했다. 공공임대아파트 배산휴먼시아는 당시 갓 입주를 시작한 아파트였기 때문에 공동체 분위기를 찾아볼 수 없었다. 이에 행복나루터는 익산에서의 마을만들기 사업의 시범적 활동이자 대표적인 사례가 될 수 있는 모델마을을 만들기 위한 각종 주민사업을 시작했다.
주요 사업으로 희망텃밭 가꾸기, 어린이공부방 운영, 마을공동체 문화예술사업, 도시락반찬 사업 등을 추진했다. 이를 통해 아주 천천히 입주민이 서로 소통하고 협력하면서 마을공동체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행복나루터는 주민이, 주민에 의해, 주민을 위해 사업을 추진하고 각종 활동을 펼쳤기 때문이다.
특히, 행복나루터는 타 시·도에서 유사한 사업들의 실패사례를 거울삼아 한 가지 아이템으로 사업에 접근하지 않았다. 가족 중심의 경제, 사회, 문화서비스를 종합적으로 실천하기 위해 크게 돌봄서비스팀, 도시농업팀, 마을공동체팀으로 나뉘어 활동했다.
행복한 바느질, 새로운 협동조합 모델로
관리사무소 2층에 마련된 공간 ‘옹이손’에는 행복나루터 마을공동체팀의 ‘행복한 바느질’이 자리 잡고 있다. 행복한 바느질은 주민의 생활문화공동체로서 옷 수선, 퀼트, 홈패션 등의 사업과 공방강좌와 주민회의 등으로 이뤄졌다.
옹이손에서는 여러 가지 강좌를 열어 주민이 가진 재능을 발굴·개발해 협동조합 설립과 동시에 주민수익사업 모델을 창출하고 있다. 현재 이 공간에서 주민을 대상으로 의류수선 및 리폼을 저렴한 비용으로 서비스하고 있으며, 생산된 퀼트나 홈패션 제품은 주민에게 판매한다. 또 지역축제나 나눔장터 등에서도 상품을 전시·판매하고 있다. 행복나루터는 지속적으로 주민이 전문 기술을 배우고 자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강사를 제공하며, 배산휴먼시아에 사는 주민이라면 누구나 강좌에 참여할 수 있다.
이처럼 익산은 과거 쌍방울, 태창을 비롯한 수많은 섬유업의 메카로서 놀라울 정도로 숙련된 기능을 보유한 주민이 많다. 그 기술을 썩히지 않고 가치 있게 쓰일 수 있도록 협동조합 형태의 마을기업을 만든다면, 일자리 창출과 함께 삶의 질 향상도 기대할 수 있다.
마을이 건강해야 사회가 건강해진다
역시 마을공동체를 형성하는 주체는 행복나루터가 아니라 주민이다. 행복나루터는 단지 마을 활동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보조 역할을 할 뿐이다. 마을 구성원들이 필요로 하는 재화와 서비스를 직접 생산하고 교환, 판매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수익은 다시 마을에 재투자하는 마을순환경제와 마을공동체를 추구하는 것이 건강한 사회의 대안이다.
이로 인해 이웃간 정을 나누고, 아이들이 맘껏 뛰놀 수 있고, 기쁠때나 힘들 때 서로 나눌 수 있는 웃음이 가득한 마을, 건강한 마을, 행복한 마을이 실현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