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리더] 이종해 울산광역시 북구 주민자치위원협의회장 “주민자치는 행정의 시녀가 되면 안 돼”
지난 7월 16일 울산광역시 북구 농소3동 주민센터에서 북구 주민자치위원협의회(이하 구 협의회) 이종해(64) 회장을 만났다.
그는 농소3동 주민자치위원장이자 구 협의회장으로서 주민자치 실질화와 지역 발전에 앞장선 주민리더다. 1997년 7월 15일 울산시가 울산광역시로 승격되면서 북구가 탄생했고, 이 회장이 몸담고 있는 농소3동은 달천동, 천곡동, 상안동, 가대동, 시례동 등 4개 자연부락으로 이뤄졌다.
이 회장은 1949년 농소3동 자연부락 상안동에서 나고 자랐다. 그는 28살에 결혼을 한 후 1980년대 초반 정미소를 가업으로 물려받았다. 그는 정미소를 6년여 동안 운영하다가 농업으로 진로를 바꿨다. 그 후 그는 1986년 새마을지도자, 1991년에서 1992년까지 이장을 맡아 마을일을 했다. 그는 이장을 그만두고 10년 가까이 마을일에서 손을 땠다가 2002년 통장, 2003년 통장협의회장을 맡았다. 이 회장은 주민자치 활동과 현실, 주민리더의 자세와 덕목 등을 허심탄회 털어놨다.
Q 주민자치와의 인연부터.
2002년 통장을 맡았고, 1년 후 농소3동 통장협의회장이 되면서 주민자치위원에 위촉됐다. 통장협의회장은 당연직으로 주민자치위원회에서 활동해야 했다. 2008년 주민자치위원회 간사로 2년간 활동했고, 2010년 8월 주민자치위원장이 됐다. 본인은 지난해 7월말에 임기를 마쳤는데 연임해서 올해로 3년째 위원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Q 주민자치위원장이 된 이유?
본인은 덕을 쌓았거나, 학식이 높거나, 재산이 많지도 않다. 다만 남을 배려하니 본인한테 다가오는 사람이 자연스레 생겼을 뿐이다. 본인은 어릴 때부터 바르게 살자고 다짐했다. 상대방이 본인을 믿을 수 있도록 바르게 살아왔고, 지금까지 변하지 않는 본인의 신조다. 가만 생각하니 이런 본인의 신조에 주위 사람들도 공감하고 알아준 것 같다. 그동안 특별히 남에게 피해를 준 적 없이 살아서 주민자치위원들이 본인을 주민자치위원장으로 추대하고 지지해준 게 아닌가 싶다.
Q 주민자치 활동에서 중요시 한 것은?
주민 간 소통과 화합이다. 1997년 농소3동이 생기면서 자연부락에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인구가 급속히 늘어났다. 본인은 주민이 서로 화합하고 소통해야 마음이 결집될 수 있고, 조직을 이끌어갈 수 있다고 믿는다. 또 주민자치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마음이 있어야 주민자치위원회가 발전할 수 있다. 주민자치위원들도 그렇게 생각해주니 특별한 갈등 없이 잘 활동해왔다.
또 본인은 모든 일에 있어 직장생활을 할 때부터 지금까지 보고를 중요시 한다. 사소한 일에 대해선 책임질 수 있는 범위에서 행하되 중요한 사안에 대해선 본인에게 보고(의논)하고 행하라고 사무국장(간사)에게 부탁했다. 만약 무엇인가 행할 때 본인한테 보고하지 않았다면, 그것은 책임져야 한다는 뜻이다.
즉, 본인에게 보고를 하면 함께 의논하고 책임질 수 있는데, 그러지 않는다면 스스로 책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Q ‘보고’를 강조한 이유가 있는가.
주민자치위원회가 구성된 지 13년쯤 됐으나 아직도 행정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래서 행정이 시키는 대로 업무를 처리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본인은 행정의 시녀가 되면 안 된다고 강조해왔다. 주민자치위원회는 모든 일은 다 같이 공유할 수 있는 조직이 돼야지 행정에게 이래저래 끌려다니면 안 된다는 뜻이다.
주민자치회 시범실시, 기존 방식 답습
농소3동은 안전행정부에서 추진하는 ‘주민자치회’ 시범실시 지역으로 선정됐다. 오는 8월부터 주민자치회는 지역사회와 연계한 청소년 안전지킴이 활동, 복지사각지대 해소, 마을자원 발굴 등을 추진해 살기 좋은 마을, 살고 싶은 마을을 조성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종해 협의회장은 부정적인 면을 언급한다. 그에 따르면, 먼저 주민자치회를 구성한 후 사업계획을 제출하면 안행부에서 예산을 지원해야 하는데, 이미 행정이 사업계획을 제출해 사업비가 내려왔다.
이제 주민자치회는 무조건 실행해야 할 상황이다. 즉, 민간이 스스로 사업을 기획한 게 아니라 행정이 사업을 기획해 민간에게 사업을 시키는 꼴이 된 셈이다. 이 회장은 주민자치회 시범실시조차 행정이 마을일을 거머쥐고 갔던 기존의 방식을 답습했다며 우려를 표했다.
Q 주민자치회 시범실시를 앞두고?
본인은 지금 고민이 많다. 농소3동 주민자치위원회는 주민자치회 시범실시로 인해 새롭게 출발하는 시점인데, 다시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 가야 하니 모든 책임을 행정이 질 수밖에 없다. 며칠 전 북구청 담당 주무관에게 “왜 이러는데?” 물으니 “우리도 모르겠다”고 했다. 안행부에서 지시가 내려와서 그렇게 했다고 했다. ‘보여주기식’ 행정처럼 보인다. 어쩔 수 없이 주민자치회를 구성하고 안행부에 올라간 사업을 수행해야 할 처지에 놓였지만 행정의 시녀가 될바에 차라리 사업을 하지 않는 게 나을 수 있다.
앞으로 주민자치라는 말 그대로 주민 스스로 마을일을 해야 한다. 그러면서 행정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보폭을 맞춰야지 행정의 지시를 받는 주민자치회 운영은 의미가 없다. 오는 8월에 주민자치회 시범실시가 되면 주민자치위원장을 다시 맡아야 하는지, 그만둬야 하는지, 계속 고민 중이다.
Q 주민자치란?
주민자치란 마을을 스스로 다스리기 위해 주민이 마을일을 기획·추진하는 것이다. 또 주민자치위원회는 주민과 행정의 가교역할을 하는 조직이다. 주민 욕구를 파악해 행정에 전달하고, 행정의 요구와 방침을 주민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또 주민자치위원회가 사업, 활동 등을 주민과 함께 펼쳐야 마을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
Q 농소3동의 주민자치 활동은?
주민자치위원회는 여러 가지 활동을 하고 있다. 올해 초 정월대보름 때 주민과 함께 연 날리기, 떡메치기, 달집태우기 등을 했다. 2월 1일부터 주민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무료법률 강의 및 상담 운영 중이다.
또 3월 16일 동천 둔치에서 ‘행복마을 조성을 위한 농소3동 대청소의 날’ 발대식을 가졌다. 깨끗한 마을을 조성하고, 지역공동체 의식을 함양하고자 매월 셋째주 토요일을 대청소의 날로 지정해 계속 운영 중이다.
그동안 대청소에 직능단체와 주민, 초·중·고등학교 학생 등 총 700여 명이 참여했다. 지난 5월 가정의 달에는 달천유적공원 유채꽃 한마당(4일), 연 만들기 체험프로그램 운영 및 달천유적공원 연 날리기(4일), 청소년 내 고장 체험프로그램(25일) 등을 실시했다. 6월 22일에는 주민 30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달천 편백산림욕장 걷기 대회를 치렀다.
그 외에 직능단체와 함께하는 활동이 많다. 자율방범대 야간순찰, 학생들의 안전한 등교와 우범지역으로부터 학생보호, 새마을부녀회 불우한 이웃돕기 등 직능단체 회원과 주민자치위원들이 다 같이 봉사를 한다. 이러한 활동들은 행정의 지시를 받아 일하는게 아니라 주민 스스로 기획하고 실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큰 의미가 있다.
먼저 자신을 버리고 자세를 낮춰라
이종해 회장은 행정이 아닌 민간이 사업을 기획하고 실행했을 때 주민자치사업을 계속 구상할 수 있다고 했다. 당연한 논리지만 그럴 수 없는 현실이 그에게는 더없이 답답한 눈치였다. 그는 사회생활에서 복합적인 문제에 처한다면 ‘대화를 하라’고 조언한다. 그는 독서를 즐기면서 대화법을 터득한 이였다.
그는 “올해는 바빠서 책 3권 읽었는데 작년까지 한달에 1권씩 꼭 읽었다”며 “그동안 사람들을 만나면 책에서 배운 지식을 섞어 술술 대화를 풀어나갔다”고 말했다.
Q 주민리더란?
주민리더는 먼저 자신을 버려야 한다. 자세를 낮추고 겸손한 자세로 조직을 끌어간다면 구성원들이 리더를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앞서 말한 본인의 신조처럼 바르게 살면 된다. 또 주민리더는 구성원을 개개인의 특성을 파악해 자신감 있게, 카리스마 있게 이끄는 자다. 상대방을 알고 나를 알아야 일을 추진할 수 있지 자신의 의견만 주장하면서 상대방한테 따라오라고 하면 따라오겠는가.
Q 본인의 성격은?
본인은 소극적이고 내성적이다. 그러나 일에 부딪히면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몰두하는 편이다. 그렇다고 자기 의견만 상대방에게 주입시키면 마찰을 빚게 되므로 먼저 상대방의 의견을 듣고 자기 의견을 접목시켜야 쉽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본인은 상대방의 의견이 옳다면 빨리 수긍한다. 그러나 본인이 옳다고 판단되면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의견을 관철시킨다. 다시 말해 본인은 빨리 포기할 줄 알고 강하게 전개시킬 줄도 안다는 뜻이다.
북구에서 전국주민자치박람회 열려
오는 10월 16일부터 18일까지(3일간) 울산광역시 북구청 광장 일원에서 제12회 전국주민자치박람회가 ‘주민자치의 확산과 미래’를 주제로 열린다. 이번 박람회는 공식행사, 전시행사, 학술행사로 나눠 진행되며 전국 230개 기초자치단체와 2700개의 주민자치센터 등 30만여 명이 북구를 방문할 예정이다.
Q 구 협의회는?
농소3동 박경동 고문(당시 위원장)이 2008년에 구 협의회를 구성했고, 그가 협의회장직을 수행했다. 2010년 본인이 주민자치위원장이 되면서 협의회장이 됐다. 당시 본인은 8개 동 위원장 중 가장 나이가 많았기 때문에 협의회장을 맡았다. 그러나 구 협의회 활동은 그리 활발하지 않았다. 가끔 북구청의 요청이 있을 때 위원장들이 모이긴 했으나 그동안 월례회의 2회 실시하는 데 그쳤다. 다만 본인은 구 협의회장으로서 북구청에 자주 방문해 각종 모임이나 회의에 참석했다. 그런 까닭에 구 협의회 차원에서 북구에서 열리는 전국주민자치박람회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은 전 주민자치위원들의 자원봉사활동 뿐이다.
Q 전국주민자치박람회 추진과정은?
윤종오 구청장의 의지 덕분에 전국주민자치박람회를 북구에서 유치할 수 있었다. 지난 3월 각계각층이 참여한 전국주민자치박람회 추진위원회를 구성했고, 이병우 추진위원장을 중심으로 공식행사, 전시행사, 학술행사 등 3개 분야로 나눠 준비 중이다. 지난 6월 4일 무룡운동장에서 ‘전국주민자치박람회 성공기원’ 주민자치위원 결의대회를 가졌다. 이날 본인은 북구 주민자치위원들을 대표해 자원봉사자 활동, 주민참여 독려, 주민자치 발전과 공동체 의식 함양 등으로 북구의 위상을 높이는 데 최선의 노력을 하자는 취지의 결의문을 낭독했다. 오는 8월에는 박람회 종합상황실을 운영한다. 이제 박람회가 열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 회장은 “1997년 북구가 생긴 이후 전국 단위 박람회를 유치할 수 있어 매우 자랑스럽다”며 “그동안 북구 주민자치위원들이 쌓아놓은 역량을 맘껏 펼쳐 박람회를 잘 치를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나 그는 ‘주민자치는 행정의 시녀가 되지 않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만큼 그는 주민자치회, 박람회 등을 ‘보여주기식’ 사업이 아니길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