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자치, 내가 뿌듯하고 이웃이 행복하고 마을이 좋아지는 일”

경북 영주시 봉현면 주민자치위원회, 선진지 견학차 한국주민자치중앙회 방문

2024-10-16     김윤미 기자

서울 인사동 주민자치 맛집에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다. 경북 영주시 봉현면 주민자치위원회가 지난 16일 선진지 견학 차원에서 한국주민자치중앙회가 자리한 종로구 태화빌딩을 방문한 것이다. 이들은 전상직 한국주민자치중앙회 대표회장의 특강, 박경하 중앙대 명예교수와 함께 한, 주민자치 옛 전통 향약 역사 해설과 서울 답사 등으로 뜻깊은 하루를 보냈다.

홍말순 주민자치위원장과 조우석윤경애 부위원장을 비롯한 봉현면 주민자치위원들, 그리고 권문상 봉현면 부면장 등 담당 공무원으로 구성된 16명의 일행은 부지런히 길을 나서 일찌감치 태화빌딩에 도착했다.

홍말순

멀리서 온 귀한 손님들을 한국주민자치중앙회 사무국 직원들은 반갑게 맞이했다. 안현미 사무총장의 사회로 진행된 환영식은 중앙회 직원들 소개로 시작됐다. 이어 봉현면 홍말순 주민자치위원장의 인사말과 일행 한 분 한 분의 인사가 이어졌다.

홍말순 위원장은 이렇게 중앙회를 방문하게 되어 너무 반갑고 또 이렇게 환영해주셔서 감사드린다. 봉현면 주민자치위원회는 마음도 풍요롭게 경제적으로도 풍요롭게(웃음) 즐겁게 활동하고 있다. 위원장인 제가 여성이어서 그런지 여성위원 분들이 많다. 우리 위원 분들께서 정말 더 큰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감사를 전했다.

 

주민자치위원, 어른답게 통 크게 당당하게

다음으로 전상직 한국주민자치중앙회 대표회장이 주민자치 그 낙처(落處)는 어디인가을 주제로 특강을 펼쳤다. 전 회장은 와주셔서 감사하다. 주민자치 25년째 하고 있는데 잘 안 된다. 왜 안 되는가 하면, 주민자치회장을 누가 뽑아야 하나? 주민 전체가 뽑아야 한다. 봉현면 인구 2400명 주민이 모여 주민자치회장을 뽑아야 한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면장님이 편할까? 사람들이 면장 말을 안 듣고 회장 말을 들을 것이다. 주민자치회장을 주민들이 직접 못 뽑게 만들고 위원을 면장이 선발하게 만들었다. 이게 지금 현재 시스템인데 이렇게 하는 나라는 전 세계 우리나라밖에 없다. ? 일제강점기의 전재이다. 미국은 면장, 학교 교장, 파출소장을 다 주민 선거로 뽑는다. 그런데 일제강점기에 총독은 주민들을 행복하게 하는 게 목적이 아니라 주민들이 말 잘 듣는 게 중요했다. 그래서 주민들 지배를 위해 총독이 다 임명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주민자치위원회가 정말 잘 되길 바라면서 엄청난 노력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주민자치위원들은 어떨까? 25명의 위원들이 한 달에 10만원 씩 내고 1년을 모으면 3000만원이다. 이것으로 사업을 하면 주민자치위원들도 당당해지고 면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 위원들이 좀 통이 커져야 주민자치가 잘 되지 통이 작으면 잘 안 된다. 근데 이걸 아무도 안 키우려 한다. 통 키워 놓으면 골치 아프기 때문이다라고 짚었다.

계속해서 전상직 회장은 주민자치위원들은 동네 최고 어른들이다. 어른이 어른다워야 한다. 어른이 어른답지 못하면 동네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요즘 여기저기서 동네에 어른이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동네 어른, 어떻게 만들 것인가가 문제다. 우리는 어른이 되는 걸 잊어버렸다. 이걸 배워야 한다라며 주민들 사이에 고마움이 켜켜이 쌓이게 되면 동네가 저절로 잘 될 것이다. 이게 주민자치다. 이런 일들을 어떻게 하느냐의 문제다. 그런데 이런 일 하는 건 어렵지 않다. 동네를 끈끈하게 만드는 일들이 힘든 게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주민자치위원, 적어도 한달에 4시간 시간내어 공부해야

전 회장은 또 주민자치위원장은 동네 주민들, 공무원들은 말할 것도 없고 외지에 나간 주민들, 아들딸들의 등을 기분 좋게 칠 줄 알아야 한다(웃음). 이게 바로 동네 어른들이 하는 일이다. 이들을 어떻게 챙기느냐가 관건이다. 외지에 나간 아들, 딸들의 아이들을 그들 눈높이에 맞게 챙길 줄 알아야 한다라며 예전 사례를 언급했다.

그는 서울 한 지역의 예전 사례다. 대보름에 윷놀이 대회를 하는데 늘상 어른들이 자기네끼리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어른들끼리 놀지 말고 애들을 놀게 해주시라 했다. 각 학교 교장 선생님께 얘기해 각 학년별로 몇 명씩 뽑아서 보내달라고 했고 선생님들도 초청했다. 이때 윷놀이 진행은 젊은 친구들에게 맡겨야 한다. 교회 주일학교 교사들에게 어떻게 할지 맡겼더니 정말 기막히게 준비해 왔다. 애들이 정말 즐거워했다. 이런 행사를 한번 하면 아이들 데리고 나왔다가 어른들이 서로 친교를 한다. 애들에게도 형, 누나, 오빠, 언니가 생긴다. 이처럼 한 번 행사를 하게 되면 다음에 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더 커진다. 이렇게 할 수 있는 게 주민자치위원들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전상직 회장은 한 달에 한 번 주민자치위원회 회의. 매우 형식적으로 진행되고 안건을 좀 낼라 치면 밥 먹고 합시다는 소리가 나온다. 공부도 안하고 의논도 안하고, 2년 지나도록 남는 게 없다. 위원을 했는데 뭘 했는지 모르겠다는 게 솔직한 상황일 수 있다. 공부를 하셔야 한다. 주민자치에 한달에 4시간 정도 할애하지 못하면 위원으로 선발하지 말라고 말씀 드리고 싶다. 적어도 한달에 하루 회의에 참석하고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을 뽑아야지. 그것도 못한다면 위원 자격 있을까 싶다. 4시간 중 1시간은 주민자치교육, 1시간은 영주시청 과장님에게 각 과에서 하는 설명을 듣고, 1시간은 다른 지역의 잘하는 과장님의 얘기도 듣고, 그렇게 하고 나서 남은 1시간 동안 그럼 우린 뭘 하면 좋을까?’라고 주민자치사업에 대해 논의를 한다면 주민자치위원분들 모두 전문가가 될 수 있다. 근데 지금같이 하면 위원 100년을 해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주민센터 강의로 나와 이웃, 마을이 행복해질 수 있어

전상직 회장의 경험 공유는 계속됐다. 그는 서울 한 지역 주민자치센터에서 엄마학를 개설했다. 시인, 소설가, 수필가를 강사로 불렀고 주로 젊은 엄마들이 수강생으로 참여했다. 강의 5분 만에 수강생들이 다 울었다. 그 강의가 총 10회였는데 3번쯤 하고 나니까 젊은 엄마들이 시어머니가 다시 보인다고 했다. 예전엔 시어머니라고만 생각했는데 남편, 시누이의 어머니라고 생각하니 그 마음을 헤아리게 됐단다. 예전에 미워했던 시어머니 아니고 같은 여자로서 이해되는 시어머니가 됐다. 그러니 가정이 더 좋아졌다. 좀 지나니 이웃집 할머니도 예사로 안보이고 대단해 보여서 인사 한번이라도 더 따뜻하게 하게 됐다고 했다. 주민자치센터에서 맨날 노래교실이나 요가만 하지 말고 이런 것들도 하면 좋겠다. 이런 강좌들을 통해 내가 변화되면 동네가 좋아지는 일이라고 밝혔다.

끝으로 전상직 회장은 동네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척 많다. 다들 내 것을 안 내놓으려고 하는 데에서 문제가 생긴다. 앞서 말씀드린 그 3000만원으로 큰 일을 할 수 있다. 그 일을 잘 만들어줄 수 있는 전문가가 필요하다면 중앙회에서 보내드릴 수 있다. 이렇게 하면 나도 뿌듯하고 다른 사람들도 좋게 만들게 되면 이게 바로 주민자치라며 앞으로 주민자치, 예전에 하던 대로 하시지 말고 어떻게 하면 나도 좋고 동네도 좋고, 지금도 좋고 미래도 좋고, 사는 사람도 좋고 떠난 사람도 좋은 일을 할 수 있을까 생각 많이 하시면 좋겠다. 그렇게 하다 보면 재미가 쏠쏠하실 것이다. 정말 멋있게 해주시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이어 홍말순 위원장은 전상직 회장에게 선물을 전달하며 고마움을 표했고 환영식을 마치고 봉현면 주민자치위원회 견학팀은 인사동과 북촌, 북악스카이웨이 등 서울답사를 진행했다.

박경하

사진=문효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