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는 안 된다” 진중권 정치평론가 총선 전망 특강도
한국주민자치중앙회 4분기 정기회의에 모인 전국 100여명의 회원들이 주민자치 실질화, 총선 후보 주민자치 토론회 개최에 대한 결의를 다졌다.
2일 서울시 인사동 태화빌딩 그레이트하모니홀에서 한국주민자치중앙회 2023년도 4분기 정기회의가 백영춘 수석부회장의 진행으로 열렸다. 이날 회의에는 이주영 총재와 전상직 대표회장, 허선 대외협력회장과 이섬숙 대외협력부회장 겸 서울시 주민자치여성회의 상임회장, 광역시도 주민자치회 회장단 및 시군구 주민자치협의회장 및 읍면동 주민자치(위원)회장, 원로회의 및 여성회의 회장단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행사는 전상직 대표회장의 기조강연과 진중권 정치평론가 초청특강, 시도 주민자치회 및 중앙회의 주요 업무 및 내년 계획 보고 등으로 진행됐다.
정해훈 경남대 석좌교수는 축사에서 “전상직 회장님을 알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정말 대단한 일을 하고 계시다는 생각이 든다. 주민자치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언론이다. 좋은 일이 세상에 많이 알려져야 하고 세상이 알아야 한다. 주민자치와 언론은 불가분의 관계라 할 수 있다. 정치가 바로 서야 국가가 바로 선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시민의 참여이고 핵심은 주민자치이다. 그런 일을 중앙회와 전상직 회장님이 선도적으로 앞장서서 엄청난 일을 하고 계시는데 언론에 많이 보도되지 않는 아쉬운 점을 개선하고자 앞으로 많은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다.
많은 내외빈의 축사에 이어 신임 임원이 소개됐다. 새로 선임된 허선 대외협력회장과 이섬숙 대외협력부회장이 전상직 회장으로부터 동행 족자를 받으며 앞으로의 각오를 다졌다.
이어 기조강연으로 전상직 대표회장이 현 주민자치 상황에 대한 진단과 방향을 짚었다. 전 회장은 “오랜만에 뵙게 되어 반갑다. 올해 야심차게 시작했는데 연말이 다되고 보니 한 게 없는 것 같다. 그만큼 주민자치가 어렵다는 방증인 것 같다. 2006년부터 회사 운영도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고 주민자치에 전념하기 시작해 국내외 학자들 초빙해 세미나를 시작했다. 10년만 하면 충분히 연구도 끝나고 법도 만들어지리라고 생각 했는데 2016년에 돌아보니 아무것도 한 게 없어 보였다. 그래서 다시 10년 더 하면 되겠지 맘먹고 있는데 이제 3년 남았다. 그때까지 해낼지 걱정이 태산”이라고 운을 뗐다.
전상직 회장은 “한국의 사회적 자본 수준은 OECD 중 하위에 가깝고 이웃사촌은 소멸되어 형성이 과제이다. 주민자치가 바로 이웃사촌을 만들자는 것”이라며 “한국의 읍면동은 아직도 식민지이다. 지자체장, 국회의원, 지방의원 다 주민 직선인데 읍면동장은 주민이 전혀 뽑지 못하는 모순을 극복해야 한다. 바로 읍면동 민주화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계속해서 그는 “지방분권법에 ‘해당 행정구역의 주민으로 구성되는 주민자치회’라고 되어 있는데 갑자기 주민이 사라지고 위원이 나온다. 그리고 그 주민자치위원도 단체장이 위촉한다. 만약 이 위원들을 주민이 뽑으면 단체장이 위촉해도 되는데 지금은 선발도 위촉도 단체장이 다 하는 셈이다. 주민 직선 과정이 없다. 주민자치의 성패는 위원이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이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전 회장은 또 “지방분권법에 주민자치회 시범실시에 대해 나와 있긴 하지만 보통 시범실시라 하면 전체의 약 3~5% 정도다. 그러니까 전국 읍면동이 약 3600라 했을 때 많아야 300개 정도에서 실시하면 되는데 지금 1600개 읍면동에서 시범실시를 하고 있다. ‘시범’ 차원을 넘어서는 것”이라며 “물론 제도가 잘못된 것이지 주민자치위원들이 잘못한 건 아니다. 다만 잘못된 게 있다면 고쳐나가야 한다. 만약 아직 시범실시를 하고 있지 않은 읍면동이라면 이를 실시하지 말고, 이미 시범실시 주민자치회가 된 곳이라면 이를 폐지해야 한다. 현 정부의 강력한 정책이 요구 된다. 대체 행안부와 서울시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기존 제도를 완전히 폐지하고 새로 만들어야 하는데 주민자치 예산만 없애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 그럼 주민자치, 안할 건가? 공무원들에게 맡겨놓을 건가? 지금 행안부가 이렇듯 지자체장들을 궁지에 몰고 있다. 시행령을 전면 개정해야 한다. 기존 법령을 전면 폐지하고 전면 혁신해야 한다. 새로운 주민자치회로 가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계속해서 전상직 회장은 “주민자치회 성격은 탈정치화, 탈행정화, 탈시민운동화 해야 한다. 주민자치회 설치는 통리 주민자치회는 주민총회형으로, 읍면동 주민자치회는 단체협의회형으로 해서 주민자치와 행정협치가 다 이뤄져야 한다. 우선 700개 읍면동에서 시범실시 해보자. 예산은 각 동별 2억 원씩 해서 1400억 원 정도면 된다. 또 주민자치센터 운영은 주민자치위원회에 맡겨 주민들의 긍지와 활동력을 높여야 한다. 외국 사례를 참고하고 조선 향약과 새마을운동을 계승하되 시민운동형식이 아니라 순수 주민자치조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며 “주민자치회는 시작은 비행정, 비정치, 비영리 지역보편조직이지만 정치, 행정, 시장, 개인이 못하는 영역을 해내는 조직이 되어야 한다. 착안대국, 착수소국 즉 대국적 착안을 하되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소국에서 착수해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으로 전 회장은 8~11월 한국주민자치학회에서 주관한 ‘종로형 주민자치 실질화 교육 연구’ 프로젝트와 향후 추진될 주민 조례 발안 절차와 그 의미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그는 “앞으로 여러분 동네에서도 다 할 수 있다. 필요한 지원은 다 해드리겠다. 또 내년 총선 때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총선은 주민자치에 있어서 매우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국회의원 후보자들에게 주민자치에 대해 교육할 기회도 되고 설득할 기회도 된다. 아울러 내년에는 올해 처음 대학에 개설을 시작한 주민자치학 강의를 더 많은 대학으로 확산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내년 계획을 언급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계속해서 초청강사 진중권 정치평론가의 ‘총선과 주민자치’ 특강이 이어졌다. 그는 “출산율 문제가 너무도 심각한데 이에 대해 정치권에서도 아무도 관심이 없다. 미래가 엇나가고 있고 먹통이 되고 있다. 낮은 출산율의 가장 큰 문제점은 국가, 기업이 담당을 부분을 안 하고 개인, 가계에 맡겨버린 상황에서 개인들은 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 선택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가, 기업의 타협을 이끌어내는 게 정치인데 지금 우리의 현실은 왜 싸우는지도 모르고 우리 편이 이겼으면 좋겠다 하고 있는 정치 먹통 상태다. 토론을 통해 타협을 이끌어내야 하는데 유권자 편 갈라서 싸움질만 계속 하고 있다. 역대 이런 여당과 야당이 없었던 것 같다. 답답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여당도 야당도 답이 없고 당정간 건강한 긴장감이 사라지고 정당이 자기 존재의 이유를 잃어버렸다. 대한민국 정당은 시대착오적이다. 독재에 맞서 싸워 독재를 다시 못하게 하는 1987년 체제가 그대로 지속되고 있다. 물론 그 당시엔 맞는 체제였지만 그 사이 세월이 흘러 상황이 달라졌고 정치는 낡은 옷을 입고 있다. 선거법 고치는 일을 국회의원들에게 맡기니 진행이 안 된다. 이제는 모든 정당들이 정치적 정당성을 상실했다. 이래선 안 된다. 협업을 해야 한다”라며 “민주화, 산업화, 노동해방은 다 근대의 이데올로기다. 더 이상 산업화 사회가 아닌 정보화 사회, 산업화 이후의 사회다. 지금 젊은 세대에게 주는 복음을 먼저 써야 하는데 과연 누가 먼저 쓸 것인가. 젊은 세대에게 새로운 걸 줘야 한다. 지금 젊은 세대는 부모 세대보다 못 사는 최초의 세대가 될 수 있다. 위기 상황이다. 이걸 복원해야 하는 게 정치다. 203040 이들을 잡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트럼프 같은 잘못된 포퓰리즘에 빠지게 된다. 진보와 보수는 다 필요하다. 원심력과 구심력이 다 필요한 것처럼.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유권자가 되시길 바란다”며 제시했다.
특강 후 질의응답시간에도 많은 질문이 쏟아졌다. 이에 진중권 정치평론가는 “현재 대통령의 권한이 너무 많아 너무 많은 일을 하기 때문에 직권남용 소지 등 퇴임 후 위험해질 수 있다. 대통령 권한을 줄이고 4년 중임제가 적절하지 않나 생각한다. 국회의원는 숫자를 줄이는 게 문제가 아니고 특권을 줄여야 한다. 특권은 줄이고 수는 늘려도 된다. 그럼 더 열심히 일할 수 있을 것이다. 지역구는 줄이고 비례대표를 늘려야 하고 신분이 아닌 기능으로, 국가를 위해 일할 사람이 오게 해야 한다. 그리고 정당득표만큼 비례대표를 늘리는 정당명부비례대표제로 바꿔야 한다. 그래야 정당들이 더 긴장하고 위기감이 있어야 일을 더 잘하게 될 것”이라고 짚었다.
또 향후 계획에 대해서는 “203040에 필요한 정치서사를 써야 한다. 연구자들, 빅데이터전문가들과 함께 그 일을 하려고 계획 중이다. 모든 걸 투명하게 했으면 좋겠다. 중앙, 서울만 해도 감시가 되는데 지방에 내려가면 감시의 수준이 달라지는 것 같다”라며 “주민자치는 민주제의 뿌리이다. 여기서 자라서 위로 올라가야 하는데 우리는 위에서 내려오는 역과정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풀뿌리민주주의는 아래에서부터 위로 올라가는 게 정상적인 과정인데 이게 잘 안되어 있고 많은 부분 ‘줄서기’에 의존한다. 실질적 경험을 닦고 검증을 받으면서 위로 올라가는 민주주의 토대를 이루는 일들을 하시는 여러분들이 매우 자랑스럽고 의미 있는 일을 하시는 것”이라고 밝혔다.
3부는 백영춘 수석부회장의 진행으로 중앙회 주요 추진업무 소개와 함께 각 시도, 시군구 회장단들의 내년 총선을 앞둔 주민자치 토론회 개최 계획 발표가 이어졌다.
끝으로 단상에 오른 이주영 총재는 “우리들의 목표가 무엇인지 여기 계신 분들은 다 잘 아실 것이다. 10여년 이상을 매년 같은 얘기를 하면서 투쟁 해오고 있다. 풀뿌리민주주의를 형식적으로 하지 말고 실질화해서 하자는 게 우리의 목표다. 제대로 입법으로 뒷받침해주고 실제로 마을마다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지방입법들이 이뤄져야 하는데 그게 우리 뜻대로 잘 안 되고 있다”라며 “내년 국회의원 총선이 다가오고 있는 국면에서 ‘문제를 해결 짓는 게 선거민주주의다. 이것을 제대로 할 후보자가 누군지 제대로 지켜보겠다. 주민자치 입법 전면에 나서서 전투적으로 나서겠다는 사람을 국회로 보내주자’는 식의 운동을 전국적으로 아주 조직적으로 집요하게 해야 우리가 목표로 하는 풀뿌리주민자치 실질화를 해내는데 그나마 효과적일 것이다. 오늘 행사가 그런 결의를 다지는 뜻 깊은 자리가 되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사진 문효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