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대한민국을 치유할 사회적 대협력을 위해 다양한 사회단체들이 뜻을 모았다. 한국주민자치학회와 한국주민자치중앙회는 이명수․김두관 국회의원실, 성균관, 성균관유도회총본부, 전국평생학습도시협의회, 한국성인교육학회, 전국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연합회, 한국아파트공동체포럼 등과 함께 ‘제13회 대한민국 주민자치 실질화 대토론회’를 9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개최했다. ‘품위 있는 주민, 품위 있는 마을, 품위 있는 한국’을 대주제로 열린 이번 대토론회에는 한국지방자치학회, 한국지방의회학회, 한국정치평론학회, 한국정당학회, 한국평생교육사협회도 후원사로 참여, 총 13개 단체가 연대해 한국 사회의 병리현상을 치유할 수 있는 사회적 자본 구축을 위한 구체적 사업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개회식 그리고 한국 사회자본 만들기 본부 출범을 위한 공동선언, 대회사와 축사에 이어 2부 주민자치 실질화 대토론회가 열렸다.
전영기 시사저널 편집인이 좌장을 맡은 이날 토론회에서는 전상직 한국주민자치학회장이 ‘품위 있는 주민, 품위 있는 마을, 품위 있는 한국’을 주제로 발제를 했으며, 지정토론에는 김기세 성균관 총무처장, 이관춘 한국성인교육학회 11대 회장, 곽도 한국아파트공동체포럼 이사장, 김원일 전국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연합회장, 배귀희 한국지방자치학회장, 김범수 한국정치학회 차기 회장, 이현출 한국지방의회학회장 등 7명이 패널이 참여했다.
먼저 전상직 회장은 발표 서두에서 “한국의 사회는 역동적이다. 역동적이라는 것은 변화의 크기가 크고 속도가 빠르다는 것이다. 역동적인 산업화, 신속한 민주화를 이루면서 우리가 놓치고 있던 것들이 초래하는 현상에 대해서 이제는 차분하게 살피고 분석하여 지금의 한국사회가 급속한 발전의 결과로서 갖은 폐해를 부작용으로 노출시키는 대상으로만 보지 말고 우리가 살아가야하고 후손이 살아가야하는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사회자본 구축 방법을 살펴보고자 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사회자본(Social Capital)은 다양한 개념으로 이해되고 있으나 일반적으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협력과 사회적 거래를 촉진시키는 일체의 신뢰, 규범, 연결망 등 사회적 자산을 포괄하여 지칭한다. 사회자본은 대인관계와 공유된 정체성, 규범, 이해, 가치와 더불어 신뢰, 협력, 상호작용을 통해 사회 집단에 효과적 기능을 한다”라며 “특히 한국의 사회적 자본 지수가 162개국 중에서 107위로 매우 낮다. 국가의 신뢰도인 살기 좋은 나라는 29위로 높지만 공적인 신뢰도는 정치인 신뢰도(114위), 사법시스템 신뢰도(155위), 정부신뢰도(111위) 모두 현저하게 낮다. 사적인 신뢰도는 사회적 관계망(162위), 서로에 대한 존중(160위), 친구 만들 기회(153위)로 매우 낮아 사회자본 형성이 강력하게 요청되며 주민들이 민주적으로 자치를 할 수 있도록 하여 사회자본 형성을 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공동체 해체된 대한민국, 새로운 시대에 맞는 사회자본 형성 시급
계속해서 전상직 회장은 신뢰의 유형과 함께 사회자본의 관계를 설명했다.
이어 전 회장은 “한국은 급격한 도시화와 아파트화로 인하여 기존의 사회자본은 소멸되고 새로운 사회자본은 형성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의 사회 특성에 바탕을 두고 사회자본을 형성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실천해야 한다. 마을에서 사회자본 만들기는 곧 ‘이웃사촌화’이다. 전통 마을처럼 생활관계 전반을 공유하는 진한 수준의 생활공동체가 아니라 지역에서의 삶과 지역에서의 여가를 공유하는 옅은 수준의 문화공동체를 먼저 사업으로 펼쳐 보려고 한다”고 제시했다.
그는 또 “한국의 사회자본을 형성했더 사회적 제도들은 일제에 의하여 부정되고 미국에 의하여 부정되는 이중의 부정을 혹독하게 겪었다. 한국전쟁과 혁명을 지나면서 사회적 자본 형성 제도들을 상실했다. 한국의 사회자본은 산업화과정에서 바람직하게 기여했지만 군사독재체제는 사회적 자본의 형성을 막아 버렸다. 더구나 이촌향도로 인한 도시화와 주거가 아파트로 변화됨에 따라 한국에만 있을 수 있는 한국병이 발병했다”라며 “또한 도시화는 산업화와 더불어 도시집중에 따라 인간의 삶터가 공간적, 사회적 측면에서 도시적으로 변화해가는 현상을 말한다, 급격한 도시화로 인해 도시지역 내 계층 간, 수도권과 비수도권, 도시와 농촌 간 격차가 발생했고 도시와 농촌의 이중구조, 도시의 불안과 농촌의 빈곤, 교통문제, 환경문제, 주거문제 등이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전상직 회장은 또 급격한 아파트화의 경향성도 소개했다. 그는 “아파트 거주 인구가 1980년에 4.41%인 1662천명이었으나 30년만인 2010년에는 52.15%인 2만5008천명으로 급격하게 늘어났다. 전 인구의 절반이 아파트로 주거를 바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파트는 주택공급의 문제로만 다루어졌을 뿐 사회의 문제로는 인식되지 못하고 방치되었다”고 짚었다.
사회자본 형성으로 ‘품위 있는 마을’ 만들기
계속해서 전상직 회장은 “사회적 자본이 잘 형성되면 ‘품위가 있는 사회’가 만들어진다. 품위 있는 사회는 제도가 사람을 모욕하지 않는 사회이다. 품위 있는 마을을 만들려면 ‘주민들이 구역을 나의 마을로 승인하고, 주민을 나의 이웃으로 승인하고, 마을일을 나의 일로 승인’하면 된다. 이것만 할 수 있게 해주면 되는데 정부가 이것을 할 수 있도록 내버려두지 않는다. 주민자치회는 주민들이 자치할 수 있는 조건을 제공하는 틀이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의 주민자치회는 주민들이 이를 할 수 없도록 만드는 규제 틀이 되고 있다. 주민자치정책은 근본적으로 재검토되어야 한다”라며 “우리의 마을, 읍면동은 민주주의 사각지대이다. 읍면동장을 주민들이 직접 뽑지 못한다. 직접민주제가 전혀 없다. 지독한 관치행정체계에 있다. 지역에서조차 주민들은 주민권을 획득하고 있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사회적 자본 형성에 있어 가장 좋은 프로그램은 전입주민환영회이다. 그리고 관례와 계례도 크게 예산이 들지 않으면서 매우 매력적인 사업이 될 수 있다. 통리 단위에서는 이웃끼리 반상회를 다시 하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다.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파트의 통장 제도이다. 행안부가 이를 놓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상직 회장은 또 “주민자치회, 평생교육, 성균관-향교 등 이 기관들이 머리를 맞댄다면 사회자본 형성을 위한 좋은 사업들을 우리 힘으로 충분히 할 수 있다. 이 일에 필요한 것들이 있다면 저도 봉사하고 적극 지원하겠다. 이런 협력관계, 협력사업을 만들려면 단체별로 SWOT분석을 통해 강점/기회에 해당하는 사업을 먼저 시행하면서 위협/약점이 있으나 필요한 사업도 모색해야 한다. 틀거리를 멋지게 기획했으면 한다. 걸림돌을 디딤돌로 넘어서는 도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좌장을 맡은 전영기 시사저널 편집인은 “전상직 회장은 이론이 깊으면서도 현실의 실천성을 겸비해 늘 배울 점이 많다. 네트워크 형성을 통해 신뢰를 쌓고 규범을 만들어나간다,굉장히 실천적 전략이다. 고도성장을 통해 한국이 완전체를 만드는 과정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을 우리가 되찾아야 한다. 그간 주민자치의 영역에 머물렀다면 이제 지역, 사회로 널리 확대되는 느낌이다. 실천성이 불꽃처럼 이글이글한다(웃음). 다만 전상직 회장님의 열정을 주변이 못 따라가고 있다. 특히 행안부를 교화 하다하다 이제 지치신 것 같다. 우선은 우리끼리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해보자”고 제안했다.
사회적 자본 형성에 있어 고려해야 할 점
다음으로 지정토론이 이어졌다. 먼저 김범수 한국정치학회 차기 회장(서울대 교수)은 “현대 한국 사회에 적합한 사회자본 형성 필요성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공감하나 사회자본 형성 방법에 있어서는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한국 사회에서 사회자본이 소멸 또는 약화한 원인은 단순히 도시화와 아파트화로 인한 마을공동체의 상실을 넘어 좀 더 구조적인 측면에서 살펴봐야 할 것이다. 자본주의의 발전과 경쟁의 심화에 따른 극단적인 개인주의의 등장, 전통 사회에서 현대 사회로 전환하면서 나타난 가치관과 규범의 변화 등. 그렇다면 과연 주민자치회를 중심으로 하는 활동만으로 사회자본의 형성이 가능할까? 일터(회사)와 학교 등 일상적인 생활공간에서 공동체의식을 함양하는 것이 더 시급한 일은 아닐까? 어떻게 하면 주민의 참여를 증진하여 지속 가능한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김 교수는 “주민의 참여를 증진하는 과제로 본다면, 바쁜 일상 속에서 집으로 돌아와 쉬고 싶은 마음이 가득한 사람들에게 주민자치회 활동이 부담이 아니라 이익이 될 수 있도록 효용을 높여야만 주민의 참여를 증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가운데 자영업자의 담합 또는 아파트 주민회의 집값 담합 등 부작용 발생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 또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교회 등을 중심으로 하는 종교 커뮤니티, 자영업자 등을 중심으로 하는 상인회, 취미 활동 중심의 동호회 등 여타 공동체 활동과 어떻게 결합할 것인가 또는 어떻게 벤치마킹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주민자치회 중심으로 운영하는 전입주민환영회 또는 관례·계례의 실현 가능성과 주민 참여 가능성을 어떻게 높일 것인가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주민의 참여를 증진하기 위해 사이버공간에서의 커뮤니티 활동과 오프라인공간에서의 자치 활동의 결합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다음으로 김기세 성균관 총무처장은 “발제 내용은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무엇보다 자살율 세계 1위, 저출산율 1위, 행복지수 세계 146개국 중 57위이자 OECD국가 38개국 중 최하위 등 대한민국 국민들의 현 실태를 평가하는 각종 통계자료는 주민자치의 시급성을 대변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매우 급격한 한국사회의 변화와 도시화를 다루면서 아파트 거주인구율이 40년 만에 13배가 증가하면서 전체인구의 57%가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앙 및 지방정부는 물론 주민자치를 연구하는 학자들도 거주형태에 걸 맞는 한국형 주민자치를 위한 연구의 필요성을 제기했다”라며 “사실 우리나라의 주민자치제도는 유럽형 주민자치를 수입해옴으로써 초기단계에는 많은 시행착오를 거칠 수 밖에 없었으며 20년을 지나오면서 한국형 주민자치를 위한 연구들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아파트에 커뮤니티, 피트니스 등의 공동체적 공간을 확보하면서 아파트단지를 과거 우리나라의 전통적 사회공동체 근간을 이룬 ‘마을’이라는 이웃이 존재하는 공간으로 바꿔가는 점은 상당히 고무적이며 특히 일부 기초정부에서는 아파트단지 내에도 공동체적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사업에 예산을 투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계속해서 그는 “진정한 주민자치를 위해서는 재정의 자치가 우선적으로 실현되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행정구조는 중앙집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방분권도 중요하지만 재정분권이 더 시급합니다.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이 8대 2인 상태에서는 지방자치와 주민자치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 극히 소수를 제외한 대부분 지방정부의 재정자립도가 2~30%선에 미치지 못하는 상태에서 주민자치를 논한다는 것 자체가 언어유희일 수밖에 없다고 본다”라며 “또 하나 공동체 구성원 각자의 차이를 서로의 발전적 계기로 삼아 다함께 공동체를 꾸려나가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주민자치라 할 수 있다. 600년 넘게 이어온 인의예지 유교사상이 바로 오늘날의 주민자치를 온전하게 실현할 수 있는 단초가 아닌가 생각한다. 주민자치는 중력의 법칙에 따라 때가 되면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고, 오늘과 같이 이런 토론회를 지속적으로 개최하여 오랜 숙성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렇게 주민자치학회가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물리적·공간적 환경과, 경제적 환경, 그리고 인문사회적 환경을 차근차근 마련해 간다면 읍면동 단위의 지방자치는 물론이고, 마을단위와 아파트단지별 단위까지도 진정한 주민자치가 이루어질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자본’ 보다 ‘사회성’에 강세 두는 사회적 자본의 개념화 필요
세 번째 지정토론자인 이관춘 한국성인교육학회 11대 회장은 “2024년 새해 한국사회는 경제력의 성장과는 맞지 않게 위험사회, 소멸사회, 불안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이 시점에서 ‘품위 있는 주민과 마을, 품위 있는 한국’, 즉 선진한국으로의 전환을 위한 전상직 회장님의 발제는 매우 시의적절하다 본다. 특히 문제의 본질을 사회자본의 관점에서 예리하게 포착하고 실현가능한 해결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셨다는 점에서 학술적으로나 정책적으로 가치가 높은 연구이자 제안이라고 생각한다”라며 “먼저 발제 제목에 ‘품격’ 아닌 ‘품위’란 개념을 선택한 점이 돋보인다. 품격(character, dignity)과 품위(class, elegance)는 혼용되지만 영어의 표현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품격은 ‘사람 된 바탕과 타고난 성품’이며, 품위는 직품(職品)과 직위에서 사람이 갖추어야 할 위엄이나 기품을 뜻한다. 품격이 타고난 성격이나 기질을 의미한다면 품위는 신뢰와 정직, 공감, 친절, 협력, 교양, 언어, 매너 등을 의미한다. 품위와 관련된 자기개념은 모든 교육을 통해 개발될 수 있지만 타고난 기질에 가까운 품격은 교육을 통한 변화가 어렵다. 품위가 함의하는 사회적 자본은 주민과 공동체 모두의 삶의 질, 행복에 기여한다. 철학자 지멜에 따르면 사회란 단순한 개인들의 집합체가 아닌 개인들 간의 상호작용의 집합체이다. 품위 있는 말과 행동으로 이뤄지는 상호작용을 통해 주민 각자는 존중과 인정을 통한 일상의 따뜻함과 행복을 경험하게 된다. 개인과 사회의 품위, 국가의 품위는 평판경제시대에 그 자체로 경쟁력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관춘 교수는 또 “논의를 좀 더 확대하면 우선 퍼트넘을 포함한 기존 연구에서는 콜먼의 개념을 차용해 사회적 자본을 효율과 기능 중심으로 파악하는 경향이 강했다. 이는 사회적 자본 개념을 ‘사회성’보다는 ‘자본’에 강세를 둘 경우의 자연스런 귀결이라 본다. 이 경우 사회규범의 도덕 윤리적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없게 된다. 이와는 달리 실질적 주민자치가 창출하는 공공선의 가치, 정치문화 윤리적 가치, 사회적 신뢰 영역에 주목하기 위해서는 ‘자본’에 강세를 두는 부르디외나 콜먼의 사회적 자본 개념을 넘어 ‘사회성’에 강세를 두는 사회적 자본의 개념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사랑, 우정, 박애, 연민, 돌봄, 신뢰, 사회적 연대성은 상호이익이나 효용의 원리를 초월하는 사회적 자본의 주춧돌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그런가하면 김원일 전국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연합회장은 “층간소음, 층간흡연 등으로 인한 분쟁이 심하다. 개별적으로 해결이 어려운 실정이다. 주민간의 소통이 중요하다. 과거 반상회 개최로 소통이 있었으나 어느 날 갑자기 반장제도 없어지고 반상회 폐지, 사실상 주민 간 소통 거의 사라져 입주자대표회의 중심의 행사, 잡수입으로 커뮤니티 지원 등이 일부 이뤄지고 있다. 입대의는 살림살이, 직원고용, 하자 등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해결, 결의하는 조직인데 이제는 주민들이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한다. 아파트 직거래 장터 등도 주민자치 활동에 도움이 될 것이다. 단체장들이 실질적으로 공동체 활동을 지원해줘야 한다. 일부 마을단체의 활동이 진행되고 있는데 이런 쪽의 활동에도 힘이 실려야 한다. 주변에 사회적 약자, 경제적 약자들이 많다. 아파트 경비노동자들의 삶의 질도 낮아졌다. 고용불안 등 어려움에 처해 있는데 주민자치 활동을 통해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우선은 예산이 크게 들지 않는 운동부터 먼저 했으면 한다. 오늘 토론에서 활발한 논의로 자치활동이 더욱 활성화 됐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아파트의 사회적 자본, 공동체 활성화 어떻게 이룰 것인가?
곽도 한국아파트공동체포럼 이사장도 “아파트공동체 활동이 활성화되면 사회적 자본이 확대된다. 그런데 아파트를 관장하는 독립기관이 없다. 커뮤니티 지원기관도 필요하다. 공동체 커뮤니티를 운영할 전문가도 필요하다. 활동가 양성교육, 약 12주간 40시간 정도 하면 적절할 것 같다. 임대주택에는 주거복지사를 파견해 효과를 거두고 있다. 아파트공동체를 위해 정부의 재정지원이 필요하고 교육도 필요하다. 특히 영국은 부총리가 공동체교육을 담당하고 일본도 주민교육을 계속 하고 있는데 우리 정부는 이에 대해 손을 놓고 있다. 아파트 중심으로 교육을 하고 프로그램을 운영해 공동체활동이 활발해져야 하는데 이런 기회로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형식적인 교육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영국은 광역-지역단위 교육, 합숙교육까지도 한다. 우리나라도 이제 선진국인데 이런 교육이 전혀 없다. 우리도 커뮤니티 담당기관을 따로 만들어 삶의 질을 높이는 교육과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기획,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귀희 한국지방자치학회장은 “발제에 의하면, 사회자본의 강화는 사회통합과 품위사회의 구축으로 이어질 수 있기에 이에 대한 대안을 주민자치 및 주민자치의 전통에서 찾고 있다. 이와 같은 논리의 전개는 토크빌의 <미국의 민주주의>를 연상케 한다. 토크빌은 주권재민의 원칙을 미국 전역에서 발견하여 기술하고 있다. 다만, 토크빌은 사회자본에 대해 언급하고 있지 않지만 시민결사체의 운영과 권력의 행사를 분산시켜 운영하는 타운미팅을 강조하고 있다”라며 “주민자치회를 통한 사회(적)자본을 활성화 하기 위해서는 주민들 간의 상호작용 및 참여가 활성화 되기 위해 주민자치회의 규모를 줄일 필요가 있다. 주민자치회의 규모가 너무 커서 효율적으로 운영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주민자치회를 통리수준으로 낮추어서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어 그는 “사회자본은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생겨나는 신뢰가 자본 즉 돈과 같은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일정부분 정부의 역할도 있어야 한다. 민간조직들의 활동도 중요하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구체적으로 우리의 사회자본이 높아지면서 우리 사회의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는 단초를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계속해서 이현출 한국지방의회학회장은 “최근 우리 사회는 갈수록 혐오와 갈등과 분열이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분극화와 혐오의 시대를 극복하고 민주주의의 회복력(resilience)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풀뿌리 주민자치가 제대로 살아나야 한다. 제도의 변화도 중요하지만 우리 사회의 사회적 자본의 튼튼한 구축이 사회와 국가의 통합에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사회적 자본 만들기를 통한 주민자치 실질화 방안 모색은 매우 시의적절한 주제라고 생각한다. 사회적 자본 만들기를 위해 성균관과 유도회,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의 참여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또 “사회적 네트워크의 마련을 위해서는 주민자치회 중심의 주민참여 공동체의 구성이 중요하다. 주민자치회, 주민참여예산제, 이통장협의회, 지역사회보장협의회 등 다양한 단체들이 주민자치회를 중심으로 협력네트워크를 구축하여야 한다. 아울러 지방의회도 주민의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주민참여예산제도와의 연계 등을 통하여 예산의 편성부터 감시(결산)까지 주민이 참여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토대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지방의회와 주민자치회 간의 협력적 연계(협치)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이들이 협력하여 함께 만드는 조례가 가능해졌다. 예산, 결산 과정에도 주민자치회와 협력하는 새로운 모델의 구축이 가능할 것이다. 따라서 주민자치회의 실질화 과정에는 지방의회와의 협력체계 구축도 중요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심도있는 토론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금 여기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먼저 실행하자
지정토론이 마무리 된 후 플로어 의견에서 설균태 성균관 고문은 “특히 전입주민환영회 같은 행사는 좋은 아이디어다. 다만 그 못지않게 지역의 텃세가 없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전입주민환영회는 향교 차원 보다는 오히려 리 단위 통 단위에서 해야 피부에 와 닿을 것 같다. 가까운 거리에 있는 주민들이 모여 환영회를 하면 더 좋을 것 같다”라며 “앞으로 주민자치회가 성균관, 유도회와 함께 협력, 연대한다면 품격을 올리는데 시너지가 날 수 있을 것 같다. 문제는 어른다운 어른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어른다운 어른이 더 많아져 사회를 품위 있게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길 바란다”고 제안했다.
전상직 회장은 “좋은 말씀 감사드린다. 사회자본 만들기는 곧 이웃사촌 만들기인데 이를 좀 더 정리하면 주민들이 수평적으로 소통, 연대하는 것이다. 한국에선 이게 잘 안 되고 있다.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시장의 발달이 주민들 간의 수평적 연대 필요성을 삭감시킨 측면이 있다. 이웃 간 서비스 수요가 줄어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웃사촌 관계를 어떻게 복원할건가? 주민자치회장을 주민이 직접 뽑으면 주민 내부의 정치 조직, 사회적 현상이 생겨서 일할 동기도, 난관을 돌파할 힘도 생길 수 있는데 지금은 그런 동기 부여의 여지가 전혀 없다. 원천적으로 정치적, 사회적 동력이 없도록 주민자치회를 매우 무력화 시켜놓은 게 현재의 제도이다. 주민자치위원들도 주민자치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조례 한번 읽어보지 않은 위원들이 많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주민자치가 활성화 된다는 게 이상하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전 회장은 “원천적으로 제도를 바꿔야 한다. 여기에 지금 필요한 건 실제행동을 하는 것이다. 주민자치위원이 아니라도 할 수 있는 사회적 일들을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이다. 계속 아이디어로 제시한 ‘전입주민환영회’를 지자체장에게 요청하면 아마 안할 것이다. 주민자치(위원)회도 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꼭 해야 할 매우 중요한 일이다”라며 “주민자치, 사회자본 만들기를 어떻게 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매우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전통도 살려야 하고 교육이 빠지면 되기에 오늘 행사를 하게 된 것이다. 이제 한 단계 올라갈 때가 됐다. 우리 안에 있는 이타성이 넉넉하다. 의병, 금모으기의 전통도 있다. 그런데 그동안 그 넉넉한 이타성을 담을 만한 그릇을 못 만들었다. 나라가 망할 수준이 됐을 때만 그 이타성이 표출됐다. 나라가 흥할 국면에서 표출된 건 아마 2002 월드컵 때가 유일할 것이다. 그렇다면 그 그릇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쉽지 않겠지만 이제까지의 모든 경험을 끌어 모아 해보려고 한다. 힘을 보태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 성공한 사업, 지역이 올해 안에 나올 수 있다. 대한민국 사회자본 만들기 사업을 외국에서도 견학 올 그날이 올 것이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장장 4시간에 걸쳐 400여명이 참여한 제13회 대한민국 주민자치 실질화 대토론회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사진 문효근/김광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