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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 아렌트 민주주의론으로 본 지방자치와 주민자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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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 아렌트 민주주의론으로 본 지방자치와 주민자치
  • 김윤미 기자
  • 승인 2024.02.23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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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방자치학회 특별기획세션] 한국의 지방자치와 민주주의
한나 아렌트가 본 민주주의와 지방자치 · 읍면동은 아직도 식민지다

평의회민주주의 등 한나 아렌트의 민주주의론으로 한국의 지방자치와 주민자치를 진단해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이 같은 논의는 지난 22일 숭실대학교 미래관에서 열린 한국지방자치학회 동계학술대회 특별기획세션(한국의 지방자치와 민주주의)에서 펼쳐졌다.

하호수 한림성심대 교수가 좌장을 맡은 이날 세션에서는 신충식 경희대 교수가 한나 아렌트가 본 민주주의와 지방자치, 전상직 한국주민자치학회장 겸 중앙대 특임교수가 읍면동은 아직도 식민지다를 주제로 각각 발표를 하고 안효성 대구대 교수, 배귀희 숭실대 교수(한국지방자치학회장)가 지정토론에 나섰다.

 

미국 민주주의 발전, 정치제도 보다 자유의 정신과 마음의 습속서 기인

먼저 신충식 교수는 발제에서 기초공화제로서 도시국가(폴리스)의 탄생’ ‘새로운 정치의 근원으로서 (토크빌이 분석한 미국의) 타운-홀 회합등을 소개한 후 미국에서 민주주의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 사회는 귀족이 존재하지 않는 평등사회다. 미국에서는 비교적 다양한 기회에 열려있고 각자의 노력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 나아가 미국 사회는 기독교 가치관에 입각한 윤리적 공동체로서의 결속력도 강한 편이다. 유럽과 달리 집권적 통치구조보다는 정교하게 설계된 분산적 연방제의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타운의 공회당 주민이 체득한 자유의 정신과 마음의 습속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이들 정신과 습속은 생각과 행위가 윤리적으로 일치함을 의미한다. 미국에서 민주주의 발전에 중요한 측면은 정치제도라기보다는 미국인이 습득한 자유의 정신과 마음의 습속에서 기인하는 현상이라고 짚었다.

이어 그는 어떤 나라에서나 민주주의가 추구하는 자유와 평등은 특정 집단이나 계층의 소유가 아니라 정치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자리 잡혀야 한다. 아렌트에 따르면, 타운의 자치에 바탕을 둔 미국 민주주의의 결정적인 힘은 새로운 세계에 새로운 질서와 새로운 정치를 가능하게 했다는 점이다. 모든 달러 지폐에는 세계의 새로운 질서(Novus Ordo Seclorum)”라는 기본원칙이 새겨져 있다. 아렌트는 이 원리를 새로 온 사람인 이민자에게 미국이 새 질서를 표방하는 보증서로 이해한다. 미국은 단순히 이들 이민자가 자국의 정치구조와 무관함에도 단순히 그 대지를 채워줄 사람이 필요한 식민국가가 아니다. 다시 말해 새 질서, 즉 구체제에 대비되는 신세계를 설립하는 일은 빈곤과 억압에서 벗어나는 것이었으며 이는 여전히 유효하다라며 이러한 의미에서 이민은 미국의 정치의식과 정신의 틀 안에서 각자 자신의 역할을 이행하는 첫걸음이다. 타운 공회당 민주주의의 위대성은 새 질서가 완벽한 모형으로써 외부세계와 대결하려 이와 단절을 원하지도 않으며 제국으로서 특정 요구를 강요하거나 복음처럼 다른 사람들에게 설교하는 방식으로 수립되지 않았다는 점이다라고 설명했다.

계속해서 신 교수는 미국적인 일상생활에서 나타나는 새로움에 대한 비상한 열망은 어디서 기인하는가? 이 점에서 아렌트는 토크빌에 동의한다. 그는 평등을 향한 미국인의 비상한 열망을 무한한 완전 가능성(indefinite perfectibility)’에서 찾는다. 토크빌은 인간과 동물 간 차이점에 대해 인간은 발전하지만 동물은 그러지 않다고 한다. 인류는 처음부터 이 세계에 던져지자마자 완전 가능성을 열망한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아렌트는 유년기를 지나 성인 사회에 진입할 청년들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교육이라고 했다고 밝혔다.

평등이 자유 낳고 평등민주주의엔 평등인간들의 상호행위 광장 필요지방자치=민주주의 본령

 

신충식 교수는 미국의 타운 민주주의에서 도출할 수 있는 결론은 첫째 자유는 평등에서 오며 평등의 실현이 진정한 자유의 본성으로 이해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평등민주주의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평등한 인간으로서 상호행위를 할 수 있는 광장이 있어야 한다. 둘째 민주주의는 지배세력과 피지배세력 간의 정치적 관계에서 파악되어야 한다. 지배세력의 정치적 지향성과 피지배세력의 정치적 지향성의 일체감 형성이 민주주의의 성패에 매우 중요하다. 셋째 민주주의 실현을 가능하게 하려면 이것이 기반을 두고 있는 시민사회가 공유하는 가치와 자유의 공간이 존재하는지에 달려있다. 이러한 시민사회는 구성원의 가치체계와 이들의 생활양식이 일치해야 함과 동시에 시민사회 내에서 감지할 수 있는 현실로서의 자유로움이 전제되어야 한다. 넷째 민주주의는 타운-홀 미팅이 보여주고 있듯이 자연스럽게 형성된 지역을 중심으로 한 지방자치와 긴밀하게 연관이 있다. 시민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자치적 성격의 공동체가 바탕이 되는 민주주의만이 자유와 평등을 실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끝으로 신 교수는 아렌트와 토크빌은 공히 연방 공화제가 타운의 체계를 갖춘 이른바 기초공화제분할되어야 하는 이유를 제시했다. 이처럼 아래 단계로 재분할하려는 노력은 사실 까마득히 잊힌 토머스 제퍼슨의 위대한 기획이기도 하다. 기초공화제의 경험을 통해 모든 사람이 자신이 국정 참여자라는 사실을 자각할 수 있을 테고 따라서 자신만의 의회에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평의회(councils)”라고 부르는 체제를 수립하지 않고서는 어떤 공화제도 안전할 수 없다는 것이 바로 지방자치가 민주주의의 본령임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 뉴잉글랜드 지역의 미국인은 타운과 타운 회의에서 공적 자유의 경험을 혁명에 앞서 맛보았기에 오늘날의 미국식 민주주의를 건설할 수 있었다는 아렌트의 주장에 토크빌 역시 전적으로 동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며 발제를 마무리했다.

 

한국사회 압축성장압축갈등 낳고 사회적 자본 고갈위험사회로

 

다음으로 전상직 한국주민자치학회장은 읍면동은 아직도 식민지다라는 제목의 두 번째 발제에서 한국의 급격한 산업화, 압축성장의 결과는 압축갈등으로 나타났다. 도시화, 아파트화로 사회적 자본이 고갈 되고 새로운 사회적 자본은 만들어내지 못했다. 아파트는 개인 주거공간으로는 성공했지만 지역 사회공간으로는 실패했다. 그렇다고 행정의 대비는 없었다. 그대로 방치해 시장에 맡겼고 결국 이웃사촌이 사라지게 됐다. 공적 신뢰, 사적 신뢰 모두 다 떨어졌고 결국 우리 사회는 위험-피로-감시-격차-하류사회가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상직 회장은 특히 한국의 읍면동 상황은 매우 심각하다. 헌법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고 되어 있지만 읍면동은 민주주의 사각지대다. 민주를 잘하려면 최대공약수가 확보되어야 하고 공화를 잘하려면 최소공배수를 잘 찾아야 한다. 그런데 과연 우리사회에 이런 고민이 있는가, 이 고민을 하는 지자체가 있는가 의문이다라며 헌법에 여러 권한이 있으나 이 중 중요한 게 선거이다. 그런데 대통령, 국회의원, 도지사, 시장군수구청장, 지방의원 등은 국민들이 직선으로 뽑는데 정작 국민 삶과 밀접한 읍면동의 장, 주민자치위원들은 국민들이 직접 뽑지 못한다. 시도, 시군구에는 직접민주제도가 일부 있지만 읍면동엔 없다. 민주주의 사각지대이자 식민지인 셈이다. 주민이 지방자치단체 주권자라는 문구가 어는 법에도 없다. 주민에게는 지자체 정책 결정에 참여할 권리만 존재하지 직접 결정할 수 있는 게 없다. 박제된 지자체에 박제된 주민 권력으로 행정이 주민을 지배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계속해서 전상직 회장은 주민자치관계도, 주민자치의 근본원리, 지역에서의 조직-제도-문화와 주민의 관계 등을 설명했다.

 

전 회장은 또 한나 아렌트의 노동(labor)’ ‘작업(work)’ ‘행위(action)’ 개념을 빌어 주민의 마을화즉 주민과 마을의 관계도 짚었다. 주민성은 공론장에서의 자유’‘소통’‘성찰을 통해 공공성으로 발현될 수 있다.

 

직접민주주의에서 특히 공론장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이에 대해 전상직 회장은 아래 표와 같이 정리해 소개하며 공론장이 없으면 직접민주주의가 될 수 없다. 이 공론장을 읍면동에서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가 큰 고민이자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주민자치의 논의 확대를 위해 학제간 연구의 중요성도 새삼 언급했다. 발제자는 지금까지는 행정학이 주도하여 주민자치가 아니라 주민자치가 되고 말았다. 주민자치를 과업 수행의 방편으로 여기도 있다. 학제간 연구가 절실하다고 밝혔다.

끝으로 전상직 회장은 주민들의 자발성, 자율성, 주체적 참여를 위한 동기부여의 중요성도 힘주어 말했다. 그는 동기의 종류와 형성방법 등을 언급하며 이 역시 깊이 천착하여 연구할 과제이며 여기 계신 학자분들께서 각별히 관심을 가지고 살펴주셔야 할 것이라고 주문하며 발제를 마쳤다.

 

공론장-동기부여-삶의 조건들의 변화-‘직접민주제

 

먼저 안효성 대구대 교수는 첫 지정토론에서 두 분 발표에 깊은 공감과 동의를 표한다. 개인적으로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 필요하다혹은 대의민주주의의 효율성을 인정해야 한다식의 의견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이는 새로운 삶의 단계로 넘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목표는 아렌트가 말한 평의회민주주의 같은 직접민주주의 달성이라 할 수 있다라며 다만 발표에 전적으로 공감하면서도 이걸 어떻게 실제화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생긴다. 현재의 대의민주제를 직접민주제로 바꾸어야 하고 이를 주민자치 단위에서, 지방자치의 방식을 변화시키는 것으로 해야 한다면 무엇보다 사람들의 에너지가 자발적, 자율적, 주체적으로 행해져야 하는데 문제는 사람들의 에너지가 정치적인 것에 집중될 수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이것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가라는 복잡한 문제가 남아 있다. 경제적으로 좀 더 자유로워질 수 있는 여러 방안이 필요한데 이는 하루아침에 갑자기 만들어질 수는 없으나 어떻게 노동에서 해방되어 다음 단계로 나아갈 것인가, 삶의 조건을 바꾸는 것들이 함께 병행되어야 하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다음으로 배귀희 숭실대 교수는 이번 학술대회를 준비하면서 실질적인 지방분권, 지방자치가 이뤄진다면 우리의 많은 문제가 돌파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세 명의 학자, 토크빌, 아렌트, 그리고 아돌프 가써에게 주목했다라며 타운회의 수준에서의 기초공화제 개념을 우리사회에 가져오면 좋을 것 같다. 주민들이 지역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려는 노력들은 되살려야 하고 이런 논의들이 앞으로 상당한 시간이 걸리더라도 많은 학자들이 노력하다보면 개선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사진=문효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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