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자치 기본원리로 평가한 주민자치회 표준조례의 문제점(허선 한국주민자치중앙회 대외협력회장)
행정안전부의 주민자치회 표준조례안(주민자치회 시범실시 및 설치․운영에 관한 조례 개정(안)) 조항을 주민자치의 기본원리(인간존엄성·보조성·연대성·공동선)로 평가하여 문제제기한 발표가 공개되어 눈길을 끈다. 이 같은 내용은 지난달 29일 건국대 상허연구관에서 열린 한국지방의회학회 연례학술회의 ‘주민자치 기획세션’에서 허선 한국주민자치중앙회 대외협력회장이 발표한 ‘주민자치 기본원리로 평가한 주민자치회 표준조례의 문제점’ 발제와 토론에서 논의됐다.
주민자치 발전에 제도․조례 등 기본요소 결정적 역할…철학․원리․본질에 얼마나 근접하느냐 관건
이날 세미나에서 좌장을 맡은 이관춘 연세대 객원교수는 “세계적인 석학 존 롤스는 사회의 기본제도가 정의로워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이는 주민자치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제도와 조례와 같은 기본적 요소가 주민자치 발전에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오늘 다뤄지는 주민자치회 표준조례는,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지만 주민자치의 철학과 본질 실현에 매우 중요하고도 절대적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라며 “‘마이클 샌델은 제도, 관행 밑에는 모종의 이론(철학)이 있다, 이러한 모종의 이론이 무엇인지 살펴야 한다’고 했는데 오늘 발표 주제가 바로 그 모종의 이론에 관련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상당히 중요한 주제다. 주민자치 조례에 주민자치 원리가 얼마나 흡수되어 있는가, 표준조례 개정안과 주민자치 본질과의 괴리는 얼마나 될 것이며, 만약 괴리가 존재 한다면 조례 개정안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고 개정 주체들의 철학, 이론에 심각한 문제 있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도 있다. 주민자치제도를 포함해 사회기본제도가 과연 정의로우며 인간존엄성에 기반 되어 있는지 등을 생각해보는 의미 있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운을 뗐다.
허선 회장은 발제 서두에 “오늘 발표문은 학술논문이라기 보다는 아이디어 차원의 정책 제안으로 봐주시면 좋을 것 같다”라며 “한국에서 실존하는 주민자치제도에 대한 정부의 기본정책을 표방하는 행정안정부의 2023년 표준조례에 대한 평가를 주민자치 기본원리인 인간의 존엄성, 보조성, 연대성, 그리고 공동선의 4가지 원리에 근거하여 시도하고자 한다. 학계와 현장의 표준조례에 대한 지금까지의 평가는 매우 부정적인 비판이 주를 이룬다. 그러나 그 평가는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여러 정부를 거친 오늘날까지도 개선되지 못하고 오히려 굳어지고 있다. 새로운 평가논리와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먼저 그는 “전상직 한국주민자치학회장이 주장하고 널리 인용되고 있는 주민자치의 기본원리는 인간의 존엄성, 연대성, 보조성, 공동선의 4가지 덕목이다. 이는 사회학에서 공동체의 기본원리와 기본윤리로서 연구되어 오고 있는 개념으로 보이지만 사회학계보다 가톨릭교회의 사회교리로서 확립된 원리 개념들이 훨씬 정교하고 분명해 보인다”라며 “오늘 발표에서는 가톨릭의 사회교리의 개념들을 바로 차용하고자 한다. 이 교리가 비록 특정종교의 주장을 전달하는 면이 있지만 그 내용면에서 매우 정교하고 나아가서는 종교적 신념을 뛰어넘어 보편적인 설명논리를 가지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가톨릭 사회교리에서의 인간존엄성·보조성·연대성·공동선, 주민자치 기본원리이기도 해
이어 허선 회장은 가톨릭 사회교리에서의 1)인간존엄성 2)공동선 3)보조성 4)참여 5)연대성 원리를 설명했다. 첫째 인간존엄성 원리에 대해 허 회장은 “교회는 모든 인간 안에서 하느님의 생생한 모습을 본다. 교회는 하느님께 비교할 수 없고 양도할 수 없는 존엄을 부여받은 모든 인간을 대상으로 말하며 이들 인간에게 가장 뛰어난 봉사를 하고 그들의 드높은 소명을 끊임없이 상기시켜 줌으로써 언제나 그 소명을 명심하고 그에 합당한 사람들이 되도록 한다. 구체적인 역사적 상황에서 인간은 사회 문제에 관한 가톨릭 사상의 중심이며 핵심을 이룬다. 교회의 사회교리 전체는 침해할 수 없는 인간 존엄을 천명하는 원칙에서 발전한 것”이라고 짚었다.
둘째 공동선 원리와 관련해서는 “사회생활의 모든 측면은 공동선의 원리와 관계를 맺어야 완전한 의미를 가지게 되는데 공동선의 원리는 모든 인간의 존엄성, 일치, 평등에서 나오는 것이다. 공동선이란 ‘집단이든 구성원 개인이든 더욱 충만하고 더욱 용이하게 자기완성을 추구하도록 하는 사회생활 조건의 총화’를 가리킨다. 한 개인의 도덕적 행위는 선을 행함으로써 성취되는 것처럼 한 사회의 행위도 공동선을 이루는 것일 때 완전한 수준에 도달하는 것이다. 공동선은 사회의 모든 구성원을 포함한다. 공동선을 달성해야 할 책임은 개개인뿐만 아니라 국가에게도 있다. 공동선은 국가 권력의 존재 이유이기 때문이다. 공동선은 인간의 궁극적인 목적을 달성하고 피조물 전체의 보편적 공동선을 실현하는 것일 때에야 비로소 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세 번째 보조성 원칙에 대해 그는 “모든 상위 질서의 사회는 하위 질서의 사회들에 대하여 도움의 자세(보조성), 따라서 지원과 증진과 발전의 자세를 갖추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회 중간단체들은 결국 상위단체들에 흡수되거나 대체되어 고유의 품위와 본연의 위치를 스스로 부인하는 꼴이 되고 말 것이다. 보조성의 원리는 특정 형태의 중앙집권화와 관료화와 복지 지원을 반대하고 또 공정기능에 대한 국가의 부당하고 과도한 개입을 반대한다”라며 “민간 주도를 장려하여야 한다. 사회의 다원주의를 인정하고 그 주요 구성원들을 올바로 대변하며 인권과 소수의 권리를 수호하고 관료와 행정의 집중화를 피하고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 사이에 균형을 이루어 사적 영역의 사회적 기능을 인정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다음으로 ‘참여의 원리’는 보조성의 원리와 연결되는 것이다. 허선 회장은 “보조성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참여이다. 자기가 몸담고 있는 시민 공동체의 문화․경제․정치․사회생활에 이바지하게 하는 일련의 활동들을 통하여 표현된다. 참여는 모든 사람이 책임을 가지고 공동선을 위하여 의식적으로 이행하여야 할 의무”라며 “공동체 생활에 대한 참여는 타인과 함께 타인을 위하여 국민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자유로이 책임 있게 수행하도록 부름 받은 국민들의 가장 커다란 열망일 뿐만 아니라 모든 민주주의 질서를 이루는 주축 가운데 하나이고 민주주의 체제의 영속성을 보장하는 것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민주정부란 무엇보다도 국민들이, 국민의 이름으로, 국민과 관련하여 국민을 위하여 행사되는 권한과 역할을 얼마나 부여 받는지에 따라 규정된다”고 풀었다.
끝으로 연대성 원리에 대해 발제자는 “우리가 막연히 생각하는 개념보다는 쉽게 말해 ‘연대보증’의 의미라고도 할 수 있다”라며 “연대성은 인간의 타고난 사회적 본성, 모든 인간의 평등한 존엄과 권리, 그리고 일치를 향한 개인과 민족의 공동 노선을 특별히 강조한다. 기술적으로나마 멀리 떨어져 있고 서로 알지 못하는 사람들끼리도 관계 형성을 한다. 사실상 연대성의 형태인 개인 간, 민족들 간의 새로운 상호의존 관계는 진정한 사회·윤리적 연대를 지향하는 관계로 바뀌어야 한다. 연대성은 상호보완적인 두 측면에서 살펴보아야 한다. 곧 사회 원리와 도덕 덕목이다. 연대성과 공동선, 연대성과 재화의 보편적 목적, 연대성과 만민 평등, 연대성과 세계평화 사이에 긴밀한 유대가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연대성의 원리는 우리 시대의 모든 사람이 각자 자신이 속한 사회에 빚을 지고 있다는 인식을 기를 것을 요구한다. 필수적인 유산 때문에 인간은 사회에 빚을 지고 있는 것이다. 인류의 여정은 결코 중단됨 없이 현대와 미래 세대들에게 활짝 열려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동체 기본원리, 주민자치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을 것인가
그렇다면 주민자치운동에서의 이와 같은 공동체 원리들이 어떻게 적용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허선 회장은 1) 인간의 존엄성의 원리는 주민자치의 근본적인 이념이다 2) 보조성의 원리는 정부기관의 불간섭을 요구하는 정당한 이유가 된다 3) 연대성의 원리는 주민자치의 ‘함께’라는 방법론을 강화시켜주고 있다 4) 공동선의 원리는 주민자치의 참여와 동기부여, 사업의 선택과 시행방법에 필수적인 기준이 된다고 제시했다.
그는 “이 네 가지 원리는 주민자치운동의 각 프로그램의 조직원리와 추진방법의 원리로 깊숙이 인식되고 수용되어야 한다”라며 “주민자치의 제도적 범위가 읍면동에서 시작하는 것은 위 원리에 대비해 보면 얼마나 악의적이고 반(反)주민자치적인 것인지를 바로 알 수 있으며 보조성의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되는 현상, 즉 인간이 없고 주민이 없는 주민자치(위원)회가 허상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된다. 인간의 존엄성에 근거하지 않는 자치위원회 선임, 예산의 배분, 권한의 위임 등을 보면 현 제도가 주민자치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계속해서 주민자치의 네 가지 기본원리를 기준으로 행안부 주민자치회 표준조례 주요 조항에 대한 평가가 이어졌다.
인간존엄성·보조성·연대성·공동선 잣대로 본 행안부 표준조례의 문제점
먼저 ‘주민자치회의 설립․설치’에 관한 조항에 대해 허선 회장은 “표준조례 제 1조와 2조에서 설치구역을 읍·면·동에 시장·군수가 설치하도록 되어있다. 학계와 주민자치 현장에서는 주민자치의 자발성, 민주적 구성 가능성을 차단하고 있다고 비판해오고 있다”라며 “주민자치회의 구성을 읍면동 지역단위로 특정 짓는다는 것은 인간의 사회적 활동과 필요성을 무시하고 행정단위에 맞추는 식의 구역설정이다. 주민자치회를 인간존엄성 기준에서 볼 때 주민자치회는 인간의 자유와 책임, 자기실현이 가능한 최소한의 단위에서 우선적으로 실현한 필요가 있다. 공동체의 기본단위인 인간 즉 주민의 행복관점에서 살피지 못함으로써 수만 명 혹은 수천 명으로 구성되는 읍면동 단위에서 주민자치의 내용이 주민에 기초하지 못하게 되어 그 활동이 주민의 입장에서 보면 허황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허 회장은 “개인의 창의와 노력으로 완수될 수 있는 활동을 개인에게서 빼앗아 가는 것은 옳지 않은 것이며 더 작은 하위조직체가(통리) 수행할 수 있는 기능과 역할을 읍면동이라는 큰 조직으로 옮기는 것은 보조성의 원리를 완전히 무시하는 사고의 결과이다. 그러므로 읍면동 단위에서 주민자치회가 그 자체로써 성립할 수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연대성의 관점에서 보더라고 구성원간의 연대의 필요와 동기가 작동되기 어려운 넓이와 규모라고 평가할 수 있다. 공동선이라는 관점에서도 그 단위가 공동선의 성과를 낼 수 있는 규모인가 의문이 든다. 주민자치회의 설치권한을 주민이 아닌 시장군수로 규정하는 것은 주민의 ‘자치결정권’을 인정하지 않는 행정적 사고의 결과물이다. 시장군수가 해결할 수 없는 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주민자치의 주민중심과 보조성의 개념이 전혀 개입될 수 없는 구조로 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두 번째 ‘주민자치회 구성’에 대한 조항에 관해 발제자는 “지방분권법 제 27조는 주민자치회를 ‘해당 구역의 주민으로 구성’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표준조례 읍면동 주민을 대표하는 ‘위원’을 주민자치회의 구성원으로 규정하여 위원만이 주민자치회 구성원이 되는 것으로 한정하고 있다. 이 조항에 대해서는 모법을 위반하였다는 점과 민주성을 후퇴시켰다는 비판이 있으며 이에 대한 헌법소원 결과 주민자치권을 인정하지 않고 헌법재판소는 이건을 각하 하였다”라며 “인간의 존엄성원리 측면에서 이 조항을 살펴보면 주민을 주민자치회 기본단위에서 제외하고 ‘위원’ 즉 대표자로 대체한다는 점에서 공동체의 원리에 배반된다는 점, 공동체 안에서도 인간 즉 주민의 자유와 권리가 행사 될 수 있도록 보존해주고 공동체는 간섭을 자제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보조성의 원칙에서도 위배되며 연대성 측면에서 보면 위원들의 연대성을 허구화시킨다는 점 등에서 비판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세 번째 ‘주민자치회 업무’와 관련해 허선 회장은 “표준조례 제 5조(기능)는 주민자치업무, 협의 업무, 수탁업무를 규정하고 있다. 협의업무는 읍면동장과의 협의기능을 업무에 포함시키고 수탁업무는 굳이 규정이 없어도 계약에 의해 수탁할 수 있는 내용을 업무로 규정하고 있다. 가장 중심이 되는 주민자치업무를 자치계획의 수립, 소식지 발간, 공동체 형성, 교육 등 순수 근린자치영역에서 수행할 수 있는 주민자치 업무를 모호하게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협의의 강조와 자치기능 소홀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라며 “주민자치회의 업무를 주민이 스스로 경험하고 필요한 업무를 수행하는 적극적 개념으로 확장하고 개방적으로 규정하지 않은 점은 인간의 존엄성, 공동선의 실현, 보조성의 원칙에 부합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런 모습의 공동체는 활성화 될 수 없고 인간의 존엄을 높이고 연대와 공동선을 추구하는데도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네 번째 ‘주민자치위원의 자격과 선정방법’에 대해서는 “표준조례 제 9조와 10조는 위원선정위원회가 추첨 등의 방법에 의해 선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시장군수가 위촉권한을 가지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주민자치회의 관변화, 관료들의 주도권 행사, 주민의 직접선출권의 배제라는 논리로 비판된다. 주민자치회에 입법권, 인사권, 조직권을 부여하지 않는 조항이다. 이 문제도 주민의 존엄성이 전적으로 무시되고 있다는 점, 관료와 행정이 주도하는 조직 환경 하에서 어떻게 주민이 연대하여 공동책임을 지며 공동선을 이루어 나갈 수 있겠는가라는 측면에서 비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섯 번째 ‘주민총회’ 조항에 관해 발표자는 “표준조례 제 14조의 2에서 주민총회는 주민자치회에서 의결된 안건을 상정하고 주민자치회 활동평가, 읍면동의 행정사무에 대한 의견제시, 자치계획안, 주민예산에 대한 편성안과 기타사항에 대해 결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주민이 회원이 되어 주민자치회원 총회를 최고의결기관으로 두면 충분한데 주민총회라는 주민자치와는 별개의 기관을 권한이나 책임도 없이 관리하는 것은 주민총회를 형해화 하고 기망하는 행위라고 비판받고 있다. 주민자치의 기본원리를 기준으로 볼 때도 주민자치의 기본단위가 인간이고 즉 주민인데 주민자치위원으로 대체하고 아무 권한과 책임이 없는 주민총회라는 기구를 두는 것은 인간의 존엄성을 무시하고 연대와 참여의 동기가 발견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고 짚었다.
끝으로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에 대해 허선 회장은 “표준조례 제 21조는 시장군수구청장이 주민자치회에 행정적 지원 및 전년도 주민세(개인균등분)의 징수액 등의 재원으로 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정지원의 부족, 사실상의 감독, 관여에 대해 비판할 수 있다. 주민자치 원리 측면(인간의 존엄성, 보조성)에서 볼 때 주민자치에 필요한 재원을 주민들의 회비 징수 등의 자주적 재정권을 부여하고 위임·수탁업무는 그에 상당한 대가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된다. 주민회원의 회비 등으로 자체조달이 어렵거나 충분하지 않을 경우 시장군수는 충분하게 지원해야 한다”고 제시하며 발제를 마무리했다.
현실적 문제 끄집어내 발전적 개선할 수 있는 출발점 돼
첫 지정토론자인 문은영 아주대 연구교수는 “말 그대로 표준조례는 법령의 합치성 및 지방자치단체 조례 제정 지원 차원에서 제공되며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이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조례 제정 과정에 참고 자료일 뿐이다. 따라서 양적인 성장만큼이나 질적으로 주민자치회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주민자치의 기본은 주민 참여라는 사실을 잊지 말고 자치의식을 담보하기 위한 자기효능감, 조직 내 신뢰 형성, 참여와 소통을 활성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지역만의 특성을 반영하고 그간 지역마다 운영해왔던 사례 등을 반영해 지시와 명령에 의한 참여가 아닌 자발적 참여를 통한 주민자치회의 구성과 운영이 유지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결국 주민자치의 성패는 주민들의 참여에 달렸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다음으로 지정토론에 나선 이동호 변호사는 “발표 취지에 공감한다. 2023년 이후 법률과 시범조례 개정 경과를 보며 공공성 실현을 위한 국가의 책무가 방기되고 있음을 절감한다”라며 “근본적인 문제는, 주민자치위원회가 설치되기 시작한 때가 1999년이고 주민자치회가 법률에 처음 규정된 때가 2010년이며 현재 비록 시범실시이지만 전국에 1000개가 넘는 주민자치회가 설치ㆍ운영 중임에도 국회가 별도의 법률을 제정하지 않는 입법부작위 상태가 계속 중이라는 것이다. 또 행안부 시범조례 일부내용이 지난해 개정됐음에도 오히려 퇴행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위원 선발과 관련해 2018년 폐지한 위원선정위원회 제도 부활은, 읍면동장이 위촉하거나 읍면동 산하 하부 행정기구인 이ㆍ통장 또는 읍면동장이 지정한 주민자치조직 등 읍면동장의 강한 영향력 하에 있는 기구가 위촉한 위원들로 구성된 위원선정위원회가 공개추첨하거나 선출하게 하여 민주성 측면에서 오히려 퇴보했다고 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세 번째 지정토론자인 유동상 공공성과연구원장은 “주민자치의 기본원리들이 가톨릭 교리 내용이라 그런지 잘 이해는 안 가는 측면이 있다. 굉장히 중요한 원리임에도 불구하고 독자들이 이해할 수 있게끔 보편적 설명논리화 시켜주셨으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야만 교리라는 당위적 개념의 조작화가 가능해 평가요소들을 뽑아낼 수 있고 평가도 가능해 보인다. 그렇지 않으면 ‘관 주도 주민자치회 표준조례’라는 명확한 대응논리 구성이 어려워질 수 있을 것 같다. 이와 같은 당위적 개념을 가져올 때는 보다 많은 분들이 이해할 수 있게 원리화 시켜주셨으면 좋을 것 같고 그래야 보다 정치한 반박논리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평했다.
유 원장은 또 “주민자치위원들 대상 교육을 한 적 있는데 수강생 분들 중에 저보다 젊은 분들이 별로 없어서 아쉬운 마음도 들었다. 물론 젊은 세대는 상대적으로 시간 여유가 없겠지만 현실에서 한발 더 나아가 젊은 사람들도 함께 할 수 있는 주민자치를 고민해주셨으면 좋을 것 같다. 인구절벽, 지방소멸 등도 주민자치에서 녹여낼 수 있는 아이템이 아닐까 싶은데 좀 더 적극적으로 젊은이들을 끌어안는 주민자치가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전상직 한국주민자치학회장은 “사회 안에 자리 잡아야 할 주민자치가 그 동안 정치구도, 행정구도 안에 편입되어 버렸다. 정부가 주도해 먼저 정치로, 행정으로 끌어들인 셈이다. 주민자치회는 할 일이 분명하면 사업조직으로 가는데 그렇지 않으면 정치조직화 되기 쉽다. 주민들에게 있어야 할 주민자치회 구성, 기본권한을 주민들은 행정에 뺏겼다. 존엄성도 없고 주민연대도 못하게 한 것”이라며 “오늘 발제가 현실에 있는 문제를 끌고나와 발전적 개선을 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됐다는 점에서 감사드리며 매우 의미 있었다”고 언급했다.
사진=문효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