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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과 공론장 형성, 민주화 과정이자 주민자치의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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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과 공론장 형성, 민주화 과정이자 주민자치의 출발
  • 문효근 기자
  • 승인 2024.07.03 17: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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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한국지방자치학회 특별 세미나, 전상직 한국주민자치중앙회 대표회장 기조발제

73일 숭실대학교 미래관에서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과 한국지방자치학회, 숭실대 사회과학연구소가 공동주최하는 특별 세미나가 지역 에너지 문제와 주민 거버넌스라는 주제로 개최되었다. 이번 특별 세미나에서 전상직 한국주민자치학회장(중앙대 특임교수)한국의 주민자치 상황, 권력-막장이라는 제목으로 기조발제에 나섰다.

 

배귀휘 한국지방자치학회장
배귀희 한국지방자치학회장

배귀희 한국지방자치학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주민 거버넌스의 가장 큰 이슈는 주민자치다. 전상직 회장님을 모시고 기조발제를 통해 한국 주민자치의 전반적인 상황을 진단하고 지역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주민과 주민자치의 역할에 대해 모색해 보고자 한다고 전했다.

이어서 본격적인 기조발제가 시작되었다. 전상직 회장의 기조발제를 지상중계한다.

 

전상직 한국주민자치학회장(중앙대 특임교수)
전상직 한국주민자치학회장(중앙대 특임교수)

자치는 단순한 지방자치나 마을자치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자치란 죄인이 구원을 받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불교로 치면 중생이 부처가 되어가는 과정이 자치 아닐까? 그만큼 자치를 성숙한 인간이 되기 위한 기본적인 원리라고 생각한다. 철학적, 사회학적 고찰이 필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지금 한국의 주민자치는 행정과 정치권력이 휘젓는 막장과 같은 현실이다.

 

매슬로우의 욕구 위계를 보면 제일 하단에 생리적 욕구와 안전욕구가 있고, 가장 상단에 자아실현-자아존중-사회적 욕구로 채워진다. 그런데 생리적 욕구를 추구하는 심리 안에도 자아실현-자아존중-사회적 욕구가 포함된다. 물론, 자아존중 욕구까지 오르게 된다면 생리적 욕구와 안전 욕구는 어느 저도 만족되었다는 의미가 된다. 경제적으로 가정적으로 사회적으로 만족되어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주민자치를 위한 마을 리더는 어떤 욕구를 가진 사람이 되어야 할까? 이것을 파악하기 위해 이 표를 만들었다. 예를 들어 생리적 욕구를 해결하기 위해 주민자치회장이 된다면 주민자치가 어떻게 될까?

모든 갈등이 시작되는 출발점을 매슬로우의 욕구 위계를 통해 알 수 있다. 결국 끊임없이 이루어야 하는 이해의 역동적 과정인 것이다. 주민자치 역시 다르지 않다. 그래서 충분한 연구가 필요하다.

 

한국의 읍면동과 통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시군구의 경우 시군구장과 지방의회 의원을 간접민주제로 선거를 통해 선출한다. 시군구에는 주민소환, 주민발안, 주민투표 등의 직접민주제도 있다. 그러나 읍면동장은 시군구의 장이 공무원 중에서 임명한다.

따라서 읍면동은 읍면동장의 독재체제다. 정치적 민주화는 물론 행정적 민주화도 사회적 민주화도 없다. 그래서 읍면동은 완전한 식민지다. 민주주의의 암흑기이며 민주주의의 사각지대다. 읍면동과 통리를 어떻게 민주화시킬 것인지가 중차대한 과제다.

 

질적인 면에서 공()과 사()가 있고 양적인 면에서도 공()과 사()가 있다. 양적인 면에서의 사와 질적인 면에서의 사가 만나는 지점이 사사(私私). 여기는 순수한 개인의 영역이다. 이게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양적으로 여러 사람이 만나는 공, 이를 지탱하기 위한 도덕과 결합된 것이 공공(公共)이다.

인간은 사회화 과정을 거친다. 사사에서 도덕적으로 공인이 되는 것이 필요하다. 혼자가 아니라 마을과 사회와 국가를 위한 공공으로 숙성되는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집단 차원으로 진입하는 사회화 과정이 필요하다. 이 과정이 다름 아닌 공론장이다.

마을마다 공론장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여기에 관한 제대로 된 연구가 부족하다. 한국 실정에 맞도록 연구할 필요가 있다.

 

주민자치는 국가가 하는 일이 아니라 사회와 마을이 하는 일이다. 주민자치는 비행정 조직·비정치 조직·비개인 조직으로 출발해야 한다. 경험을 축적하고 제도를 만들어 발전시켜 나가면 그 도착점이 주민자치회가 된다.

정치로 할 수 없는 일, 행정이 할 수 없는 일을 주민들이 자치로 할 수 있다. 시장이 할 수 없는 일, 개인이 할 수 없는 일도 주민들이 자치로 할 수 있다. 자발적이고 자율적인 주민자치로 숙성된 시스템이 정착된다면 가능하다.

그러나 한국은 그 싹을 일찌감치 도려내어 버렸다. 주민자치위원을 읍면동장이 위촉하는 현실에서 진정한 주민자치가 작동할 수 없다. 국회의원, 시군구 의원들 역시 주민과 주민자치를 지배하는 걸 즐겨한다.

 

주민자치는 주민이 마을의 생활관계를 주민과 마을을 위해 주민이 스스로 결정하고 실행하는 것이다. 분권과 자치 아래 주민이 구역을 나의 마을로 승인하는 자발성, 주민이 주민을 나의 이웃으로 승인하는 자주성, 주민이 마을의 일을 나의 일로 승인하는 자율성이 주민자치의 필요충분조건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렇게 되지 않는 것은 국가 책임이 100%. 주민자치회는 주민들이 자치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하는 제도적 장치다. 정부는 주민자치회가 주민들에게 자치할 수 있는 조건을 제대로 제공하기 위한 기반만 만들어 주면 된다. 주민에게 맡길 것을 주민에게 맡겨 놓으면 그 안에서 주민자치가 숙성된다. 국가가 지원은 하되 간섭하면 안 된다.

 

주민과 주민자치회가 연결되는 곳이 소통장이다. 주민자치회는 주민들이 자치할 수 있는 조건을 제공하고 주민은 주민자치회를 통해 자치할 수 있는 방법으로 자치하면 된다.

주민자치회와 정부가 연결되는 곳은 공론장이다. 정부는 주민자치회가 주민들에게 자치조건을 제공할 수 있도록 분권하고 주민자치회는 주민의 자치로 공공에 기여하면 된다. 특히, 모두 공공의 차원에서 공동선을 지향해야 한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주민자치를 비교해 보자. 일본은 패전하자마자 정내회라는 전통의 주민자치 조직을 그대로 이어와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조선 향약은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단절되고 이후 군정-한국전쟁-산업화-민주화라는 내홍을 겪게 된다. 주민자치는 깊숙하게 관치화 되었고 사회는 도시화 및 아파트화 되면서 급변했다. 이 과정에서 지역사회는 모두 붕괴 되었다.

이런 현실에서 주민자치를 어떻게 해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는데, 이를 고민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전통 있는 일본의 주민자치회도 현재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며 혁신적인 시도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현대 사회에 맞는 주민자치회 실현을 위해 치열한 논의를 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진전이 없다.

 

밀가루에 물을 부어야 반죽이 된다. 이게 바로 소통장이다. 반죽에 이스트를 넣어야 빵이 된다. 이것은 리더십이자 공론장이다.

소통장과 공론장은 민주화의 과정인 것이다. 이 두개를 동시에 만들어 나가야 하는 것이 바로 주민자치다. 그런데 지금의 주민자치는 읍면동장이 선점해 버렸다. 주민의 참여를 배제하고 그들만의 지배 체제를 공고히 한다. 그리고 멋대로 야합하는 형태로까지 변질했다. 이런 현실이 바로 막장이라는 것이다.

 

가격을 지불하고 물건을 샀다면 그 물건이 가격보다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가격을 지불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그런 가치 있는 물건을 만드는 것이 관건이라는 말이다. 가격보다 가치가 높아야 팔 수 있고 가격보다 원가가 낮아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가치를 만들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필요와 아픔의 정서를 인식하는 감수성, 제품과 서비스를 생각해 내는 상상력, 도출한 대안의 적합성을 판별하기 위한 탐색시행이 이뤄져야 한다. 주민자치에 대입해 본다면 이런 과정을 외부를 통해 만들어 갈 것인가 내부에서 주민들이 만들 것인가의 문제다. 만약 내부에서 주민들이 만들고자 한다면 우선적으로 주민의 동의부터 얻어야 한다.

 

사진=이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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