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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사우스’ 인식론 “서구 중심 벗어나 대안적 지식체계․시각 제시하고 실천․변화 모색”[연구세미나109-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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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사우스’ 인식론 “서구 중심 벗어나 대안적 지식체계․시각 제시하고 실천․변화 모색”[연구세미나109-②]
  • 김윤미 기자
  • 승인 2024.07.2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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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회 글로벌 사우스의 첨병, 라틴아메리카

글로벌 사우스의 인식론이 대한민국, 그리고 주민자치에 시사하는 바는 무엇인가? 이 같은 논의는 한국주민자치학회가 725일 서울 인사동 태화빌딩에서 개최한 제109회 주민자치 연구세미나 글로벌 사우스의 첨병, 라틴아메리카에서 활발히 논의됐다. 손혁상 경희대 공공대학원 교수가 좌장을 맡은 이날 세미나에서 안태환 성공회대 민주주의연구소 교수가 발제를, 박경은 한국외국어대 중남미연구소 교수와 홍일표 박사(전 경제사회인문연구회 사무총장)가 지정토론을 펼쳤다.

 

“‘글로벌 사우스고정된 실체라기 보다 진화적·확장적·전략적 개념

안태환 교수의 발제가 끝난 후 먼저 홍일표 박사는 “‘글로벌 사우스는 지리적 개념이 아니라 정치적 개념이라고 하셨는데 3세계’? BRICS? 어디의 누구를 말하고 누가 그렇게 말하는가라는 질문이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 스스로는 적극적으로 이 용어를 사용하지만 주요 선진국의 공식 문서에서는 잘 사용하지 않는 것 같다. 그것의 구성과 의미를 둘러싼 여러 의견이 분분한 것 같다라며 탈냉전 이후 제3세계 개발도상국가들이 지구적 시장통합과 상호의존성 심화에 기반해 자국의 영향력을 키우기 위한 대외전략과 함께 남-남 협력을 통해 개발도상국간 지원도 크게 확대됐다. ‘’글로벌 사우스의 부상과 새로운 글로벌 거버넌스의 중요성이 커진 것 같다. 글로벌 사우스는 과거 제3세계 또는 개발도상국가들과 달리 국제사회에서 독자적 목소리를 내거나 국제분쟁에서 중재자 역할까지 자임하고 있다. 미국, 중국, 일본, EU, 인도 등 글로벌 사우스(에 대한) 전략의 중요성을 강화하고 있다. 그렇다면 스스로 글로벌 중추국가를 지향/표방하는 한국은 어떠한지 궁금하다라고 짚었다.

이어 그는 글로벌 사우스고정된 실체라기 보다 진화적·확장적·전략적 개념이므로 이것을 누가, ,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그것의 의미는 달라질 것 같다. 지역적으로 본다면 아세안 중심 아시아 국가들과 아프리카 국가들에 대한 관심이 크고 상대적으로 브라질 외에 라틴아메리카 국가들 또는 이 지역의 존재감은 아직 크지 않은 것 같다. 그런데 왜 라틴아메리카가 글로벌 사우스의 첨병인지 궁금하다라고 질문을 던졌다.

그는 또 발표자는 공동체주의는 바람직/위험하다라고 하며 한국에서 위험성이 크다(공동체운동사기꾼)”고 언급했는데 이것의 의미가 라틴아메리카와 다르다는 것인지, 아니면 법과 제도의 개혁 없이 이뤄지는 한국의 실험을 문제 삼는 것인지 불분명하다. 그렇다면 볼리비아의 부통령이 언급한 원주민적 공동체주의는 법과 제도의 개혁을 동반했기 때문인지 아니면 그 자체만으로 이미 충분히 현실적이라는 것인지 궁금하다. 또 포르투알레그레의 참여예산제는 반세계화운동, 신자유주의 반대투쟁 과정에서 대안적 사회운동의 모델로 한국에도 자주 소개된 바 있다. 발표자는 베네수엘라의 주민평의회’, 볼리비아의 이웃공동체연맹등도 소개하고 있는데 이러한 아래로부터의 공동체주의를 실현하는 주민자치라틴아메리카이기에 더욱 가능했고 나아가 성공했다고 보는 입장인가? 끝으로 발표자는 주민자치또는 민주주의측면에서 라틴아메리카 국가에서 한국에서 배우자또는 한국을 따라 하자라고 할 만한 것이 있다고 보는지? 있다면 어떤 점이고, 없다면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고 여러 궁금증을 언급했다.

두 번째 지정토론에 나선 박경은 한국외대 중남미연구소 교수는 1990년대 말 소련의 붕괴와 함께 남부, 사우스3세계국가들을 지칭하는 정치 중립적 대체 용어로 사용되면서 초기 저항의 의미가 희석되고 빈곤과 저개발의 개발도상국을 상징하는 경제적 개념으로 변했다. 남부, 남반구라는 용어는 북반구와 남반구 국가 간의 경제적 불평등에 초점을 맞추면서 현재의 불균형을 낳은 제국주의/식민주의와 같은 글로벌 권력관계와 신식민주의적 세계화와 자본주의의 폭력을 감추고 경제적 불균형만 드러내는 효과를 낳았다. 아울러 발표자가 언급한 브릭스(BRICS)에 속한 국가들은 북부 혹은 남부로 나누는 지경제적 구분에 맞지 않았다. 한국 역시 지리적으로 남반구이지만 경제적으로는 사우스가 가리키는 저개발국가에는 속하지 않기 때문엔 북반구/남반구로 나눌 수 없는 위치이다. 따라서 글로벌 노스의 담론과 사회 구조가 낳은 권력의 불균형과 자본주의, 세계화의 문제점을 드러내기 위해 글로벌이라는 접두어를 붙이기 시작했다. 이는 역사적, 경제적, 정치적, 인식론적 맥락에서 사우스의 담론과 존재를 재의미화 하기 위한 시도라 할 수 있다. ‘남부라는 개념과 그와 관련된 발전주의적 담론과 편견을 구분하고자 하는 목적을 가졌다. 산투스와 같은 학자들은 이 개념은 단순한 지리적 분류가 아닌 불평등한 글로벌 권력관계, 제국주의, 신식민주의를 반영하는 용어로 이해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사우스 인식론, 현대 사회의 다양한 문제 이해해결에 중요한 개념새로운 실천변화 가능

이어 박경은 교수는 글로벌 사우스는 서구 중심의 인식론이 지배하는 현대 세계에서 대안적 지식 체계와 시각을 제시하는 중요한 개념이다. 산투스는 글로벌 사우스의 인식론이 현대 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이는 단순한 지식 생산을 넘어 지식의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맥락에서의 역할과 의미를 재고하는 데 중점을 두기 때문이다. 그는 글로벌 노스가 낳은 인식론적 학살이 결국은 현재의 사회적, 정치경제적 불평등의 근원이며 현재의 위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즉각적 행동과 깊고 근본적인 문명적 변화가 모두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 대안을 글로벌 사우스에서, 특히 라틴아메리카의 사회 운동에서 찾는다. 라틴아메리카는 글로벌 사우스의 대표적인 저항과 대안 공간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계속해서 박 교수는 글로벌 노스에 의해 침묵 당하고 지워진 사우스의 인식론이 글로벌 사회적 해방을 재구성하는 데 필요하다고들 한다. 특히 이러한 인식론은 브라질의 참여예산제, 볼리비아의 주민자치운동, 사파티스타 운동과 같이 라틴아메리카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다양한 대안 사회 운동과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다. 글로벌 사우스의 인식론은 이러한 다양한 사회 운동과 대안적 공동체를 통해 구체화하고 실현하고 있다라며 글로벌 사우스의 인식론은 현대 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하는 데 중요한 개념이다. 이는 서구 중심의 지식 체계에 대한 비판과 더불어 다양한 문화적, 역사적 맥락을 반영한 지식 체계를 통해 새로운 형태의 사회적 실천과 변화를 가능케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라틴아메리카의 공동체주의와 주민자치는 글로벌 사우스의 저항과 대안의 중요한 예시이다. 이는 단순히 경제적 모델을 넘어 사회적, 정치적, 환경 관련 문제를 포괄하는 전방위적 접근 방식을 제시한다. 이러한 모델들은 서구 중심의 경제적 패러다임에 대한 대안으로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며 글로벌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의 한계를 극복하는 데 중요한 교훈을 제공한다. 아울러 글로벌 노스 인식론의 보편화에 대항하는 다양한 대안 인식론의 출발점이 되고 있다. 공동체주의와 주민자치의 성공적 구현은 더 나은 세계를 향한 길을 모색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한국 사회 또한 라틴아메리카의 이러한 경험을 통해 지속가능한 발전과 사회적 정의를 추구하는 데 중요한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좌장을 맡은 손혁상 경희대 교수는 글로벌 사우스와 노스의 개념은 하나의 단면이 아닌 다양한 시각이 동시에 압축적 관계로 포용된 것 같다. ‘글로벌 노스는 브레튼우즈, 세계은행, IMF 등 세계적인 자본주의 성장의 주류 관계 질서를 만들어낸 체제이고 이에 대항하는 글로벌 사우스는 기존 주류 성장 패러다임에 반대하는 상징적 정치적 동맹체로 보면 될 것 같다. 삶의 목표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 인식론적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고 보여진다. 흥미로운 지점은 라틴아메리카가 한류는 좋아하지만 한편으론 한국을 우습게 본다고 할까. 그들은 한국의 성공이 대안적 평등적 자유주의적 과실을 함께 나누는 성장이 아니라는 걸 꿰뚫고 있다. 글로벌 노스 체제하에서 그걸 모방하고 따라가면서 얻은 성공이라고 본다. 라틴아메리카는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대안적 삶을 찾아가는 것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 왔다. ‘좋은 삶에 대한 고민, 자연권, 동물권까지 우리가 생각할 수 없는 인신론적 패러다임의 전환이 그 어느 나라보다 활발히 이뤄져 왔다. 주민 참여의 다양한 양식이 있어왔고 주민자치에 대해서도 기존 주류 질서 체제 식으로 할 것인가 혹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또 다른 삶을 향한 주민자치를 할 것이냐, 이 둘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게 남미인 것 같다고 짚었다.

 

주민자치도 고정된 틀 아닌 새로운 인식론, 패러다임 전환 필요

전상직 한국주민자치학회장은 전부터 라틴아메리카에 관심을 가졌는데 실제 연구자를 찾기 어려워 실체파악이 어려웠다. 라틴아메리카의 정치, 경제, 사회 상황을 다 알아야 지역사회까지 들어갈 수 있는데 이게 쉽지 않았다. 그때 파악했던 걸 살펴보면 조선도 남미도 공통적으로 식민지 경험이 있었다. 단 우리는 짧은 편이었는데 남미는 훨씬 더 길었다. 종속이론, 해방신학 등 나름 역동성이 있었는데 국가가 자기 노릇을 못하고 시장도 못하니 지역사회가 생존, 생활을 위해 공동체의식이 발달될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반면 우리나라는 식민지를 거치면서 국가가 강해졌고 산업화를 하면서 시장도 엄청 커졌다. 국가와 시장이 매우 강한 상황에서 관혼상제도 다 시장이 해결했다. 국가, 시장이 커질수록 사회가 짜부러들었는데 시민 개별자 의식은 살아있는 상황이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시장, 국가에 위축된 사회를 어떻게 살려서 균형을 이룰 수 있게 시스템을 갖출 것인가가 과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전상직 회장은 베네수엘라를 벤치마킹한 것은 다 실패했다. 그렇다면 라틴아메리카의 장점을 살려 어떻게 한국에 도입할 수 있을까? 참여예산제도 한국에선 골칫거리다. 정치인들이 생색을 내는데 시민들에겐 아무 영향이 없으면서 매우 까다로운 시스템이다. 귤이 회수를 건너니 탱자로 된 꼴이다. 남미의 사회 문화 제도를 우리 것과 비교하면서 분석하면 뭔가 해결책이 나올 것 같다. 나중에 이들이 성공했던 내용들을 한국에서 어떻게 하면 성공할 수 있는지를 밝혀주시면 좋을 것 같다고 주문했다.

끝으로 손혁상 교수는 인신론적 시각,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주민자치도 기존 글로벌 노스의 인식론적인 고정된 시각이 있는 건 아닌지, 오늘 논의를 통해 대안적 인신론적 시각, 접근도 함께 공유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든다라며 세미나를 마무리했다.

사진=문효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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