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9-06 19:36 (금)
[해외는 지금] 핀란드 아라비안란타 ‘로푸키리’ 어르신들의 행복한 공동체 삶 - 멋진 유종의 미를 장식하려는 마지막 질주
상태바
[해외는 지금] 핀란드 아라비안란타 ‘로푸키리’ 어르신들의 행복한 공동체 삶 - 멋진 유종의 미를 장식하려는 마지막 질주
  • 김상욱 객원기자
  • 승인 2015.10.13 17: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노인복지예산 대폭 삭감에 스스로 문제 해결에 나서다
핀란드 아라비안란타 '로푸키리'이다.
핀란드 아라비안란타 '로푸키리'이다.

과거 우리나라 대통령 선거 TV토론 등에서 어느 한 후보가 “요즘 살림 좀 나아지셨습니까?”라는 질문에 하루하루 고달픈 삶으로 지쳐가는 사람들에게 상당한 공감대를 형성한 경우가 있었다. 이후 시간이 흘러오면서 삶의 고단함은 더해 가고 있으나, 이를 깔끔하게 혹은 일거에 해결하는 방법은 세계 어느 국가에도 없다. 동시에 고령화, 특히 한국사회의 고령화는 세계 제일의 속도로 치달리고 있는 가운데, 각국은 고령자들을 위한 다양한 대책을 수립하지만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우선, 스웨덴의 정치문화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평등과 타협’으로 요약되는 ‘얀텔라겐(Jantelagen)’ 10가지 기본법칙부터 훑어보자. 여기서부터 주민이든 행정기관이든 정치든 이런 기본 법칙을 인식하는데부터 출발하는 것이 보다 나은 행정, 보다 좋은 자율성이 발현될 것으로 보인다.

10가지 법칙이란 ①당신이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말 것 ②당신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말 것 ③당신이 더 현명하다고 생각하지 말 것 ④당신이 더 나은 존재라고 생각하지 말 것 ⑤당신이 더 많이 안다고 생각하지 말 것 ⑥당신이 더 우월하다고 생각하지 말 것 ⑦당신이 무엇이든지 잘 한다고 생각하지 말 것 ⑧우리를 비웃지 말 것 ⑨모두가 당신을 배려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말 것 ⑩우리를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말 것 등이다.

고위관리에게도, 일반 주민들에게도 양쪽 다 적용되는 ‘~하지 말 것’이라는 부정적인 말을 통해 뒤집으면 긍정의 마인드로 변하는 법칙이다. 공무원이면, 특히 고위 공무원이면 시민, 주민들보다 현명하고, 우월하고,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현대사회의 시민은 어느 고위공무원 및 언론인에게도 뒤쳐지지 않는 지적능력을 갖고 있다. 따라서 법을 만들고, 그것을 집행하고, 점검하고 또 향상시키는 위치에 있는 행정기관, 입법기관의 사람들이 골똘히 생각해봐야 할 10가지 얀테라겐의 법칙이다.

이런 인식이 바탕에 깔려 핀란드 최초의 해변에 있는 ‘아라비안란타(Arabianranta) 마을의 ‘로푸키리(Loppukiri)' 주택공동체가 생겨났다고 볼 수 있다.

스스로 찾아내 노후가 행복한 로푸키리
한국과 마찬가지로 핀란드도 인구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국가 중 하나다. 1990년대 경기가 침체국면으로 들어선 핀란드 정부는 노인복지예산을 대폭적으로 삭감하는 정책을 폈다.이렇게 되자 노인들의 자살률이 치솟는 등 노인문제가 사회문제로 부각됐다. 상황이 이렇게 변화하자 노인들이 스스로 문제 해결해 보겠다는 노력의 산물로 로푸키리가 탄생됐다.

로푸키리는 핀란드 수도 헬싱키에서 자동차로 약 15분 거리에 있는 아라비안란타 해변의 마을에 있는 곳으로, 로푸키리라는 공동주택 형태가 지난 2006년 4월 핀란드 최초로 등장하게 됐다. 로푸키리는 핀란드어로 ‘달리기’에서의 ‘마지막 질주(Last Spurt)'라는 뜻이다. 멋진 유종의 미를 장식하겠다는 어르신들의 슬기로운 아이디어가 결실을 본 창조적인 본보기로 손색이 없다.

로푸키리는 면적 450평방미터(약 136평) 정도에 지나지 않은 아주 작은 공간으로 58가구 69명이 거주하는 공동체주택으로 세계적으로 조명을 받고 있다. 특히, 노인들이 자발적으로 이 공동체를 만들어냈고, 해당행정기관에서도 적극 이를 도왔다는 점, 즉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라는 명언을 생각나게 하는 곳이다.

로푸키리의 공동식당이다.
로푸키리의 공동식당이다.

노인들에 의한 노인들의 풍성한 공동체 삶
7층 높이의 건물에 노인들이 단순히 모여 사는 곳이 아니다. 모두가 가족처럼 생활한다. 1층 식당에서 식사도 공동식당에 모여 함께한다. 식사준비도 입주자들이 순번제로 돌아가면서 담당한다. 세탁실, 관리실, 사우나실, 체조실, 회의실 청소도 함께 해결한다. 이를 관리하고 이끌어가기 위한 위원회가 조직돼 있다. 이 위원회가 내건 슬로건은 ‘함께 살자’로 모두가 가족이며 동료라는 인식이 스며들어 있다. 노인들이라 조용할 것만 같이 생각되지만 바쁘게 돌아가는 생활을 한다. 덤으로 건강까지 챙긴다. 70명도 채 안되는 주민들이 6개 조를 짜서 음식을 준비하거나 마을을 청소하며 삶을 아름답게 가꿔나간다.

이 건물은 입주자들이 만든 개인주택회사(Asunto Oy Helsingin Loppukiri)가 소유하고 있다. 이곳에는 최소 48세의 사람이 각 가정에 적어도 1사람은 있다. 각각의 거주자 주택소유 면적은 36~80평방미터(약 9~24평)로 구성돼 있다. 실내에는 주방, 목욕실, 발코니 등 현대적인 시설들이 갖춰져 있다. 지난 2004년 가을부터 건물을 짓기 시작해 2006년 4월에 완공됐다. 노인들이 편하게 살 수 있도록 다양한 의견을 들어가면서 노인들이 건축가와 협의를 통해 2년여 동안의 설계를 거친 후 건물이 지어졌다. 건물 태생부터 노인 친화적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선정한 세계적 고령친화적 도시로 유명하다.

구체적인 내용은 http://arch1design.com/LOPPUKIRI_HOUSING_COMMUNITY.htmlhttp://www.arabianranta.fi/taloyhtion_sivu/viewgroup/62/을 참조하면 된다.

1층과 맨 꼭대기 층인 7층은 공동사용공간으로 만들었다. 두 층에는 독서실, 에어로빅, 사우나, TV시청가능 공간, 사무실, 세탁실, 자전거 보관실 등이 마련돼 있다. 꼭대기 층은 레크리에이션, 사우나, 체력단련실, 다용도 휴게실, 손님맞이 접견실 등이 있다. 날씨가 따뜻한 계절에는 옥상에서 소모임, 레저 등을 즐길 수 있도록 돼 있다. 자동차 26대를 주차할 수 있는 주차장도 마련돼있다. 즉각 가정에 자동차 1대를 세울 수 있는 공간이다. 이 건물가격은 2013년도 말 기준 1평방미터 당 4000유로(약 535만6000원)으로, 평당으로 환산하면 1평당 1765만원(2015년 9월 초 환율 기준)꼴이다. 적지 않은 액수이기는 하다.

핀란드 정부에서도 노인들 스스로 모색한 대안이 바로 어르신 공동체 로푸키리가 큰 호응을 얻어가자 이를 곳곳으로 확대하려하고 있다. 어르신들끼리 연금을 모아 마을의 운영기금을 조성했고, 모든 집기에서부터 음식재료까지 모두 이 돈으로 구입하고 있다. 정부지원이 한 푼도 없었다는 얘기이다. 그러나 해당 행정기관도 공동체 건설에 필요한 법률 관련 등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던 것도 빼 놓을 수 없다.

로푸키리의 공동주방이다.
로푸키리의 공동주방이다.

행정기관은 로푸키리에 어떤 도움을 줬나
물론, 이 마을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어르신들이 이런 자신들만의 건물을 짓고, 어울려 함께 사는 ‘삶의 질’을 높이는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것은 핀란드 정부의 여러 혜택이 한 몫을 했다.

노인국민연금 65세가 되면 노인국민연금 혜택을 받게 된다. 핀란드에서 최소 3년 이상 거주하면 혜택을 받는다. 만일 65세 이전에 실업연금, 장애인연금을 받고 있는 사람들도 65세가 되면 자연적으로 노인연금으로 전환된다. 노인연금 지급액은 개인마다 다르다. 보통 65세 이전에 받던 보조금 혜택들은 소득에 따라 감소됐던 반면, 노인국민연금은 65세 이후에 일을 해서 소득이 생기더라도 그 수령액의 변화가 없다는 점이 특징이다. 소득이 생기면 수령액이 변화되거나 사라지는 한국과는 다르다.

보장연금 만일 받는 연금이 한 달 세금 공제 전 기준 732.13유로(약 98만원) 미만이라면 보장연금의 혜택 역시 누릴 수 있다. 보장연금액은 따로 받고 있는 연금소득에 의거해 측정된다. 그러나 국민연금을 제외한 다른 연금소득이 전혀 없는 경우, 보장연금의 최대 금액인 108.8유로(약 13만5000원)를 받게 된다. 기타연금소득의 경우, 배우자의 연금과 노동자들의 보상연금이 해당되는데, 보장연금을 최대로 받음으로써 이 기타연금소득의 전부 감소하게 되지만, 연금수혜자들의 보호수당, 퇴역군인들의 보조금, 자녀 수 증가에 따른 추가연금들은 보장연금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재취업 기회 활성화 1998~2002년 ‘고령 근로자를 위한 국가 프로젝트’를 추진해 총체적인 고령자 고용정책이 마련됐다. 노인일자리 재교육과 취업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노인들이 자신들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노인들을 볼 수 있지만, 특히 대중교통 분야에 많은 노인들이 종사하고 있다. 역무원들, 트램운전사들 대부분이 영어로 의사소통이 자유로울 뿐만 아니라 누구보다도 친절하다. 유럽연합 평균 노인재취업율 5%보다 핀란드는 13%에 이른다. 노인일자리 창출의 적극성이 돋보인다. 노인취업이 활성화되면 노인 자신들의 행복감 증가와 동시 국가의 사회적비용도 줄어든다.

마지막 질주 로푸키리 시사점
노인을 무시하지 마라 청춘이 없었던 노인은 없다. 경륜과 지혜가 많은 노인들이다. 그러나 정책당국은 청년들의 문제에만 너무 집중하는 경향이 없지 않다. 물론, 청년들의 일자리 창출은 대단히 중요하다. 그러나 한 가정에는 노인, 청년, 청소년, 아기들도 있다. 균형점 찾기가 쉽지 않겠지만 이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들의 경륜을 사회에 활용하고, 그들의 행복감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노인들의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마련해 주는 정책이 필요하다. 전시행정식 일과성 노인정책은 안 된다. 마지막 질주(로푸키리)를 위해서 더욱 세심하고 폭 넓은 정책의 필요성이 대두된다. ‘노인은 청춘의 아버지이자 어머니’이기도 하다.

자발적 힘이 외부도움 이끌어 사회생활을 헤쳐나가면서 뜻을 이루는데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라는 명귀도 드물 것이다. 나이가 들어 은퇴하면 사회에서 멀어지는 게 아니다. 스스로의 힘을 모아 성취를 하는데에는 나이와는 상관없다. 오히려 사회에 귀감이 되고, 사회 일선으로 복귀하는 모습까지 보일 수 있다. 로푸키리가 하나의 좋은 예다. 스스로 일을 해나가니 주변에서, 행정기관에서 적극적으로 그 일이 잘 성사되도록 돕게 됐다. 자발적인 힘이 외부의 도움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생생한 증언이 바로 로푸키리다. 덤으로 일을 함으로써 건강한 매일매일을 누릴 수 있게 됐다.

주민과 행정기관의 조화 연금제도의 활성화와 노인재취업 기회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게 됨으로써 노인들의 성취동기가 발휘되고, 그 동기에 의해 스스로 앞을 개척해 나갈 수 있도록 행정기관의 도움이 큰 역할을 했다. 주민들에게 꼭 필요로 하는 도움을 주기 위해 사소한 의견까지도 소홀히 다루지 않고, 정책결정과정에 반영하려는 노력들이 바람직한 결과물을 낳게 했다.

좋은 슬로건이 좋은 결과를 낳는다 여럿이 무슨 일을 할 때는 반드시 ‘함께하는 공동의 목표’가 설정된다. 그에 걸맞은 구호(슬로건)도 함께 만들어 진다. 로푸키리의 슬로건인 함께 살자는 상식적이지만 가장 중요한 포인트다. 공동의 목표지점을 향하면, 개인의 목표도 힘을 덜 들이고도 이룰 수 있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라는 속담처럼 작은 힘들이 모여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삶의 좋은 결실을 볼 수 있다.

제대로 된 인식이 큰 일을 만든다 앞머리에서 언급한 얀텔라겐 10가지 법칙은 행정기관 종사자들에게 더욱 필요한 요소들이다. 가장 주목할 부분은 ‘공무원이 주민보다 우월하고, 더 잘하고, 더 좋고, 더 배려하는 지위에 있고, 더 현명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일을 그르치게 하는 핵심적 인식으로 보인다. 자만, 오만, 독선으로 일을 처리하게 되면 다발적 실수를 초래할 수도 있다. 오히려 더 낮은 자세, 더 겸손한 자세, 더 배려하는 자세로 주민을 대할 때 더 많은 협조가 이뤄지고, 더 많은 일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일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마찰이나 갈등 등을 훨씬 더 줄일 수 있어 시간단축은 물론, 또 다른 목표를 설정할 수 있는 계기도 생겨날 수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모두 함께 하는 주민자치로 행복한 마을, 변화하는 익산을!
  • 민주주의의 기원 아테네 폴리스서 스위스 코뮌 그리고 대한민국 주민자치까지[연구세미나110]
  • 8·15광복에 생각하는 아렌트의 자유와 주민자치
  • “22대 국회 발의법안, 주민자치회 자율성 크게 훼손…심도깊은 논의·토론으로 제대로 만들어야”
  • "우리에게는 축구단이 있다" 죽어도 선덜랜드 ‧ 수카바티 : 극락축구단
  • “주민자치회 예산 편성-집행의 근거 마련하고 재정적 지원 이뤄져야…체계적 관리-운영 및 투명성 높여야”